【 청년일보 】 한강변 우수 입지로 알려진 서울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 내홍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조합을 피고로 하는 '주민총회결의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무효 판결을 받은데 이어 이번엔 부정청탁의혹 및 뇌물수수혐의로 해당 조합장과 인근 유치원 이사장을 고소·고발했다.
16일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비대위 측에 따르면 지난 14일 비대위는 조합장 김 모씨와 인근 유치원 이사장 이 모씨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및 형법 129조 등의 위반 혐의로 용산경찰서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각각 고소·고발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용산 산호아파트 조합장 김 모씨는 지난 2021년 11월 23일 인근 유치원 이사장 이 모씨 등과 유치원 발전기금으로 2천만원을 기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비대위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 측은 협약이 맺어진 다음날인 11월 24일 해당 유치원에 민원처리비(교육환경영향평가) 명목으로 2천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중요한 교육환경평가서를 조합 측이 수월하게 받아내기 위해 해당 유치원에 기부한 것"이라며 "특히 협약서에는 일조 영향이 발생하는 2층 이사장실을 창고 등의 교육 외 용도로 변경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때 명백한 뇌물이자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1항은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후 조합은 2022년 10월경 교육영향평가서를 제출했고 같은달 이 평가는 승인됐다.
용산구청 한 관계자는 "2022년 10월 중부교육지원청에서 공문이 왔다"며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결과 해당 유치원 관련해서 승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비대위 측은 조합장과 유치원 이사장 모두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4조(벌칙 적용에서 공무원 의제)에 따르면 '추진위원장·조합임원 등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수뢰·사전수뢰·제삼자뇌물제공·수뢰후부정처사·사후수뢰·알선수뢰·뇌물공여)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적시돼 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 2조에 따르면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은 공직자에 해당한다.
관할구청과 교육청은 유치원 이사장이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용산구청 한 관계자는 "유치원 이사장도 청탁금지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며 "법 위반 여부는 수사기관이 판단하겠지만 100만원이 넘어가면 직무여부에 관계없이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 역시 사립 유치원 임직원도 청탁금지법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모 조합장은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합장은 "기부는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 이뤄졌고 총회 의결을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며 "조합장의 허물을 캐내기 위한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치원 이사장 이 모씨는 기부를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이사장실을 용도 변경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안을 중대한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은 형법에서 정한 뇌물 관련 처벌의 특별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청탁금지법이 정한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2천만원이라는 금액이 기부된 것은 중한 범죄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난 3월 29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현재는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중이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