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원인에 대해,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셀이 손상되어 불이 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차량 하부 배터리 팩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밀 감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아울러 국과수는 감정 결과에서 "차량 밑면의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배터리팩 내부 셀이 손상되며 절연 파괴가 발생, 이로 인해 발화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절연 파괴는 절연체가 전기적 특성을 잃는 현상으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배터리관리장치(BMS)에 대한 조사는 어려웠다. 국과수는 "화재 당시 저장 회로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1일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총 3차례에 걸친 합동 감식을 진행했으며, 배터리팩을 비롯한 관련 부품들을 확보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번 화재는 해당 전기차가 주차된 지 약 59시간 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마지막 주차 시점 전후로 차량에 외부 충격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이 분석한 CCTV 기록에 따르면, 차주는 차량을 주차한 후 차량에 별다른 외부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마지막 주차 시점 이전에 외부 충격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된 점을 주목해 소방안전관리 실태를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근무자 A씨와 소방 안전관리책임자 B씨 등 3명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화재 발생 후 '솔레노이드 밸브'와 연동된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멈추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로 인해 입주민 23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87대가 불에 탔으며, 783대가 그을리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