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하락세를 이어오던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대출 규모가 373조원을 돌파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재정경제위원회)이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2건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대출 잔액은 373조원을 기록했다. 전체 주담대 규모가 1천170조7천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비중은 30.0%에서 31.9%로 올라섰다.
이번 수치는 단순한 비중 반등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마저 동반 상승하면서, 절대 금액과 비율이 동시에 팽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잔액 규모가 324조원에서 337조원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것과 대조적으로, 2025년에는 한 해에만 36조원이 늘어나며 팽창 국면으로 전환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대출 비중이 반등한 것은 부채의 질적 측면에서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하락 기대감에 기댄 투기적 수요가 다시 유입되면서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36조원 급증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투자 수요를 자극하면서 갭투자가 재활성화됐고, 전세 수요 회복과 맞물려 다주택 보유를 통한 임대 수익 전략이 다시 부상했다.
특히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억눌렸던 투자 수요가 규제 완화 기대와 맞물려 일시에 풀린 측면이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도 작용했다. 1주택자 중심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기존 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만기 연장을 통해 대출 규모를 유지 혹은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반등은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규제 설계의 빈틈이 드러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주택자 대출이 일반 주담대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그 성격에 있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집을 처분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지만 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자는 수익성이 악화되면 자산을 신속히 처분하려 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다주택자는 가격 하락기에 실거주자와 달리 자산 가치 보존을 위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라며 "373조원 규모의 대출이 금리나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다주택자는 전세 보증금을 활용한 레버리지를 끼는 경우가 많아 자기자본 대비 실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훨씬 크다"라며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증금 반환 여력이 위협받는 구조여서 임차인 피해와 금융 불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 대출을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규제 강화에 나섰다.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고 대환 현황을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비거주 목적의 1주택 투자 수요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도 최근 차 의원실에 질의에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차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다주택자 대출 연장 규제 방안은 다주택자들의 대출을 포함하여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매우 시기 적절한 정부 정책”이라며 “정부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안정화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특히 개인 다주택자 대출의 약 93%가 이미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이라는 점이 변수다. 분할상환 방식은 만기 시점에 남은 잔액이 없어 만기 연장 불허라는 카드가 실제 대출 회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규제의 일률적인 적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의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의 주택 규제가 아파트에 편중된 시각으로 설계되다 보니 원룸이나 반지하 같은 비아파트 유형 소유자들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한계가 있다"라며 "원룸 2채를 보유한 소규모 임대인까지 다주택자로 묶어 대출을 제한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라고 짚었다.
결국 대출 만기 연장 규제는 다주택자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강력한 카드지만, 자칫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서민용 소형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만기 연장 제한의 적용 범위와 제2금융권 풍선효과 차단, 전세 시장 임차인 보호 장치 병행 여부 등 규제의 정밀도가 향후 시장 향방을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