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수주는 옛말"… 현대·GS건설, 선별수주 두고 '같은 길, 다른 행보'

등록 2026.02.25 08:00:02 수정 2026.02.25 08:00:13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현대건설, 2조 성수 대신 압구정 올인…'디에이치 타운' 구축 사활
GS건설, 압구정 접고 성수1지구에 1천억 베팅…한강변 선점 의지

 

[편집자 주] ‘재계부’는 ‘재건축·재개발 가계부’의 줄임말입니다. 2026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인 도시정비사업 현황과 주요 이슈, 그리고 알짜 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쟁탈전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합니다. 복잡한 셈법과 판세가 얽힌 수주전의 이면을 가계부를 적듯 꼼꼼하게 기록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2026년 정비사업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 대형 건설사들이 알짜 사업지마다 깃발을 꽂으며 외형 경쟁을 벌이던 것과 달리, 이제는 철저한 손익계산 아래 확실한 승률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수주 트렌드는 최근 한강변과 강남권의 상징인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압구정아파트지구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이 2조원대 초대형 사업지를 두고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 것이다.

 

가장 먼저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은 현대건설의 성수1지구 입찰 포기 결정이다. 지난 20일 마감된 성동구 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은 예상 공사비만 2조1천540억원에 달하는 강북권 최대어로 꼽힌다. 당초 현대건설은 이곳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며 강력한 수주 의지를 보였으나, 최종 본입찰에서는 1천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고 발을 뺐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궤도 수정을 두고 압구정 텃밭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해석하고 있다. 성수에서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피하고, 기수주한 압구정2구역을 필두로 압구정 일대를 거대한 '디에이치(THE H)' 브랜드 타운으로 완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이 같은 '압구정 올인' 전략은 지난 23일 열린 수주전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지난 23일 오후 연이어 열린 압구정5구역(1천397가구)과 압구정 최대 규모인 3구역(5천175가구, 공사비 5조5천610억원)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은 모두 참석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특히 3구역 현장설명회에는 해외 설계사를 포함한 20여 명의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고 현수막까지 내거는 등 경쟁사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주 의지를 과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현대건설의 차별화 된 시공 기술력으로 최고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GS건설은 현대건설과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압구정 수주전을 과감히 내려놓는 대신 성수1지구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2일 열린 압구정4구역 현장설명회에 이어 지난 23일 열린 3·5구역 현장설명회에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GS건설은, 성수1지구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수주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막대한 규모의 입찰보증금 1천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한 것은 물론, 단지명으로 '리베니크 자이'를 제안하며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입찰은 단독 응찰로 자동 유찰됐지만, GS건설은 향후 이어질 재입찰이나 수의계약 과정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됐다. 성수1지구 조합은 지난 23일 재입찰 공고를 내고 후속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GS건설 관계자는 "성수1지구는 2011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무려 15년간 이어진 조합원들의 오랜 기다림과 염원이 담긴 현장인 만큼, 당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단순한 주거 단지 조성을 넘어,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을 재편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하이엔드 주거 문화의 100년 랜드마크로 완성하겠다"라고 밝혔다.

 

두 건설사의 이 같은 엇갈린 행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로 악화된 정비사업의 수익성 지표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대형 건설사 수주 관련 관계자는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사라도 수조원대 사업장 여러 곳을 동시에 끌고 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압구정이라는 확실한 상징성을 택한 현대와, 성수라는 새로운 한강변 패권을 쥐려는 GS의 행보는 올해 정비사업 시장이 철저한 실리 위주의 소수정예 머니게임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진단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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