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과 매물 부족 현상이 맞물리면서, 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이른바 ‘준월세’ 계약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가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준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자료에 따르면 준월세 비중은 지난 2022년 51%에서 2023년과 2024년 54%로 늘어났으며, 올해인 2025년에는 55%까지 확대됐다.
반면 전세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해 전세 성격이 강한 '준전세' 비중은 2023년 42%에서 2024년 41%, 2025년 40%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전세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2023년 6억1천315만원에서 2024년 6억5천855만원, 2025년 6억6천937만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로 순수 전세 선택지가 좁아지자,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부담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비용 부담은 수치로 확인된다. 2022년 서울 아파트 준월세 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9천943만원, 월세는 128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보증금이 1억1천307만원으로 1억원 선을 돌파했고, 월세 또한 149만원까지 치솟았다. 월세 부담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초기 자금 부담까지 가중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준월세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대출에 대한 금융 규제 강화로 세입자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든 데다, 아예 순수 월세로 넘어가기에는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절충안인 준월세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준월세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시중 예금금리가 2~3%대에 머무르는 반면,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4.7%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월세를 받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향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전세보다는 월세 비중을 높여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크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수요자의 자금 부담과 임대인의 수익 추구가 맞물리며 준월세는 서울 전월세 시장의 핵심 계약 유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며 "향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예고된 만큼 준월세 확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