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압구정, '마천루' 성수…2월 도시정비사업 '빅 머니게임' 예고

등록 2026.02.05 08:00:03 수정 2026.02.05 08:00:14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4일 압구정4구역 공고… 공사비 2조1천억·67층 랜드마크 쟁탈전 '점화'
9일 성수4지구 마감… "책임준공" vs "브랜드 타운" 파격 조건·연합 전선 불사

 

‘재계부’는 ‘재건축·재개발 가계부’의 줄임말입니다. 2026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인 도시정비사업 현황과 주요 이슈, 그리고 알짜 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쟁탈전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합니다. 복잡한 셈법과 판세가 얽힌 수주전의 이면을 가계부를 적듯 꼼꼼하게 기록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1월의 탐색전은 끝나고 올해 정비사업 시장이 2월을 맞아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대한민국 부촌 1번지 압구정부터 한강변 대어 성수, 알짜 입지의 신길까지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수주전이 펼쳐지며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4구역' 재건축 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고, 영등포구 '신길역세권' 재개발 조합은 입찰을 마감했다.

 

시장의 주목을 받은 곳은 단연 압구정4구역이다. 조합이 낸 공고문에 따르면 이곳은 강남구 압구정동 481번지 일대 8만8천457㎡ 부지에 지하 5층~지상 67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로 재탄생한다. 제시된 예정 공사비만 2조1천154억원에 달하며, 3.3㎡(평)당 공사비는 1천250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은 오는 12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30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특히 입찰보증금을 1천억원으로 설정해 자금력이 탄탄한 최상위 건설사들만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5월 23일로 예정됐다.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일찌감치 정면 승부를 준비해 왔다. 삼성물산은 '파격'을 선택했다. 공고 당일인 4일 오전부터 임직원 2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해 기선 제압에 나서는 한편, 입찰 조건으로 '책임준공 확약'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준공 확약은 시공사가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약속된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보증하는 조항이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 조항이 포함된 사업지에는 입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압구정4구역 수주를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예외를 두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조합원들의 가장 큰 우려인 '공사 중단' 불안을 해소해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는 현대건설은 '압구정 종가(宗家)'의 자존심을 내세웠다. 이미 압구정2구역 시공권을 따낸 저력을 바탕으로 4구역까지 수주해 압구정 일대를 거대한 '디에이치(THE H) 브랜드 타운'으로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에서 검증된 하이엔드 설계 능력과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워, 삼성물산의 공세에 맞설 맞춤형 금융 조건과 랜드마크 특화 설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에 '용호상박'의 대결이 있다면, 강북 한강변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콘셉트 전쟁'이 치열하다.

 

오는 9일 입찰을 마감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은 '공간 브랜딩'을 핵심 무기로 꺼내 들었다. 최근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유명 공간 기획사 '글로우서울'과 손을 잡았다. 또한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 '메르데카 118'을 설계한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Arup'과 협업해 랜드마크 디자인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LE-EL)'과 초고층 기술력을 앞세웠다. 롯데월드타워 시공 경험과 잠실·청담 르엘의 성공 노하우를 성수4지구에 이식해 '한강변 최고의 하이엔드 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7천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안정성까지 확보했고, 전날 5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선납하며 수주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입찰을 마감한 영등포구 신길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1월 강남권 유찰 사태 이후 비강남권 정비사업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원칙을 깨고, 현대건설이 브랜드 타운을 강조하며 압구정에서 맞붙는 것은 결국 '확실한 랜드마크'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라며 "성수 역시 대우와 롯데의 파격적인 제안이 오가는 만큼, 2월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향후 10년 정비사업 시장의 주도권을 가늠할 '하이엔드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남은 2월 주요 일정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오는 7일에는 금호21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이어 9일에는 성수4지구가, 20일에는 성수1지구가 각각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하며 강북 한강변의 새 주인을 가리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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