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보험상품에 대한 특허권으로 일컬어지는 ‘배타적 사용권’의 기간이 늘어난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한 보험상품에 부여된 수 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이 종료되면 경쟁 보험사에서 앞다퉈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최소 6개월로 연장되면 이같은 경향도 누그러질 전망이다. 기간 연장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상품이 독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간 역시 늘어나면서, 다른 보험사에서 해당 상품을 모방, 출시해도 현재 수준의 판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신상품개발 유인이 더욱 커지는 한편 독자적 역량이 보다 주목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제도개선은 상품개발 역량이 비교적 높은 대형 보험사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에는 시장 주도권을 아예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26일 열린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상품 배타적 사용권의 보호기간을 기존 3~12개월에서 6~18개월로 늘린다고 밝혔다. 생명보험협회 및 손해보험협회의 상호협정 개정 및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상호협정을 통해 생손보협회가 보험사의 신상품 개발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여하는 한시적 특허권이다.

 

배타적 사용권의 기간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최대 12개월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배타적사용권 운영실태 및 평가’ 보고서에서 “배타적 사용권 효력 기간이 고작 수 개월에 불과해 이후 경쟁사들의 유사상품 판매가 독점판매 효과를 경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상품 중 9개월 이상의 기간을 부여받은 상품 비중은 생명보험 6.7%, 손해보험 1.6%에 그친 실정이다.

 

아울러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이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만 그칠 뿐, 실질적인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개발팀도 배타적 사용권 부여기간이 최장 12개월에 불과해 아쉽다는 입장”이라며 “배타적 사용권이 유효한 기간 중 적어도 1개월은 영업 교육 등에 소요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부여 기간은 더 짧은 셈이라 유의미한 판매 실적을 올리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배타적 사용권 기간 연장은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보험사의 신상품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영업적 성과를 높일 수 있고, 이는 신상품 개발의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 연장은 보험사들이 보다 다양한 위험을 담보하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배타적 사용권을 주로 받아왔던 대형사들은 판매 효과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신상품 개발에 더 주력할 것이고, 중소 보험사들도 단순히 상품을 베끼는 데 따른 실효성이 줄어들면서 독자적 상품 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다만 이는 영업과 상품전략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상대적으로 개발역량이 부족한 중소형사에 적잖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늘어나면서 판매효과도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신상품 개발 유인도 더욱 증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 연장에 따라 모방의 실효성이 줄어들면서 중소형 보험사 역시 신상품 개발 역량강화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일반이나 장기성 보험 등 기존에 중소형 보험사들이 비교적 쉽게 모방했던 상품에 대해 대형 보험사들의 독점효과가 커지면 중소형 보험사는 그 동안의 영업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