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늘어난 산업재해자수...'제로 달성' 위해 근본 대책 내놓아야

등록 2024.12.26 08:00:01 수정 2024.12.26 08:00:08
최철호 기자 cch8815@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전체 산업현장에서 작업중 사망 또는 부상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재해자수가 전년도에 비해 늘어났다.


이에 동절기를 맞아 사고가 잦은 건설현장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으며 특히 노동계에서는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는 밀폐현장 질식사고에 대해 정부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발행한 '2023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2천63만7천107명 가운데 4일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재해자는 13만6천796명(사망 2천16명, 부상 11만2천373명, 업무상질병 요양자 2만2천127명)에 달했다.


재해자수는 전년도에 비해 6천448명 늘어 4.95% 증가했고 '재해천인율(1천명을 기준으로 한 재해 발생 건수의 비율)', '도수율(연 근로시간 100만 시간당 재해의 발생건수)', '강도율(휴업에 따른 노동 손실의 정도로 1천시간 중 노동손실일수)' 등 주요 재해 지표로 비교해 보면, 건설업은 광업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특히 재해 정도로 따져보았을 때, 전체 사망자 2천16명중 건설업(486명)이 24.1%를 차지, 기타를 포함한 전 산업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6개월 이상이나 91~180일 구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울러 전체 재해자수에서 업무상질병 재해자수를 제외한 업무상사고 재해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사망자 812명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43.8%로 전 사업군을 압도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산업재해는 월별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으나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는 11월(9.5%)이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고 이같은 경향은 건설업종(10.1%)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또 건설업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재해유형은 떨어짐(7천313건), 넘어짐(5천321건), 물체에 맞음(3천216건), 부딪힘(2천689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통계수치에서 두드러지진 않지만 건설업 동절기 사고의 특수 유형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및 질식재해로 사망하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콘크리트 양생 작업시 발생하는 갈탄이나 숯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일산화탄소는 색깔이 없고 냄새가 없어 그 위험을 느끼지 못해, 밀폐구조로 이뤄진 양생작업장의 위험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74건의 밀폐공간 질식재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36명이 사망, 202명이 다쳤다.

 

과거 1980년대까지 연탄으로 추위를 쫓던 우리네 가정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한밤중 날벼락 사고가 지금의 건설현장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밀폐공간 질식재해의 경우 일반 사고성 재해에 비해 사망확률이 40배이상 높을 정도로 치명적인 재해유형이지만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미지수다. 


실제 건설현장 근로자나 점검자의 얘기를 들어 보면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는 경우도 많고 산소농도 측정기가 없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최근 들어 밀폐공간 질식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관련 점검과 장비확충이 예전보다 갖춰지고 있다고 보여지나 사업규모(공사비·투입 인원)가 작을 수록 관련 사고에 대한 대비는 열악한 실정이다.


노동부는 질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열풍기 사용, 환기 철저, 밀폐공간 입구 '출입금지' 표지 부착 등의 조치사항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강제력 없는 권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부가 권고하듯 열풍기 사용으로 질식사고율을 낮출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훨씬 저렴한 갈탄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채 다른 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22년 12월 충북의 사고사례와 같이 천장이 뚫린 옥외현장에서도 갈탄사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례가 보고된 점을 감안해 보면 질식사고의 발생원인으로 갈탄의 위험성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물론 일터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것도, 당국에 보고되는 것도 아니지만 노동계에 따르면 다행스럽게도 올해에는 아직 '보고된' 질식사고가 없다고 한다.

 

노동부가 진정 원하는 것이 산업재해 건수나 비율의 하락이 아니라 '제로의 달성'이라면 하루빨리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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