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쿠팡과 네이버가 오는 2025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격돌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현재 쿠팡이 주도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의 1위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 대형 이커머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이커머스업계 최대 관심사는 쿠팡과 네이버의 승부"라며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는 두 업체 중 소비자가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현시점에서도 두 업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약 50%를 양분하고 있다. 올해 6월 삼정KMPG의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와 쿠팡은 각각 22%, 20%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이어 G마켓(15%), 11번가(13%) 등이 뒤따르는 추세다.
다만, 네이버는 그간 자사의 네이버쇼핑 서비스가 단순히 포털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가격비교' 기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커머스업계와의 직접적인 경쟁과 충돌을 피해왔다.
그러나 네이버가 올해 10월 30일부터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스토어'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스토어를 발표하며 직접 이커머스업계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쿠팡과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내비쳤기 때문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네이버의 쇼핑 검색·인공지능(AI)·개인화 추천 기술 등에 기반한 인공지능(AI)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앱에서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상품 관련 콘텐츠 추천 기능은 물론 시간 단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쇼핑 이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하는 'AI 쇼핑 추천' 기능도 내년 베타서비스로 선보인다. 특히 AI가 빅데이터에 기반해 소비자 선호도를 종합해 제품 추천 이유도 수치화해 제공한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상품 추천뿐 아니라, 쇼핑에 참고할 만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도 AI가 추천한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도 힘을 줬다. 특히 네이버 측은 쿠팡의 '로켓배송'과 견줄 수 있는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일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와 함께 다양한 시간 단위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배송'을 내년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네이버배송에는 '오늘 배송', '내일 배송' 외에도 주문 이후 1시간 내외에 배송 가능한 '지금 배송', 다음 날 오전 도착하는 '새벽 배송', 가구·가전 카테고리 대상 설치일을 지정할 수 있는 '희망일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사실상 쿠팡의 로켓배송을 포함해 '로켓와우', '신선식품 새벽배송' 등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네이버의 강점은 단연 기존 보유하고 있는 회원 수다. 올해 6월 모바일인덱스의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4천337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네이버의 포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회원 수도 약 1천만명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멤버십과의 적극적인 연동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네이버는 자사의 멤버십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업계 1위인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신규 소비자를 대거 유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자신한 각종 배송 서비스가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네이버의 배송 서비스는 쿠팡과 같이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다양한 택배사와의 제휴를 통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물류산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네이버의 서비스가 쿠팡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배송 품질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자체적인 물류 인프라를 갖춘 업체와 달리 제휴사를 통해 배송하는 업체는 높은 비용은 물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추가 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쿠팡이 한동안 네이버와의 경쟁에서도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비록 쿠팡이 포털 서비스인 네이버와 같이 다양한 카테고리에서의 혜택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압도적인 배송 인프라에 기반한 신속한 서비스를 전국에 걸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를 크게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결국 자사가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물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쪽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쿠팡은 2027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입해 물류 인프라를 보강할 계획이다. 현재도 전국 단위에 로켓배송 등 당일 및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추가 투자를 통해 압도적인 물류 경쟁력을 공고히 한다는 게 쿠팡 측의 복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쿠팡 역시 네이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먼저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보다 추후 확장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쿠팡은 멤버십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현재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 제공하고 있는 무료 배달 서비스, OTT 무료 제공 등은 물론 추후 자사의 여타 서비스로까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혜택을 확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본질적으로 쇼핑 서비스가 기반인 쿠팡의 경우 이러한 경쟁에 있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쿠팡이 고객의 멤버십 해지를 방해하고 눈속임으로 가격을 올렸다며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여기에 다른 불공정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당국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쿠팡은 공정위로부터 올해 8월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1천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으며, 11월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총 15억8천865만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벌어질 두 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침체된 이커머스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올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업계 전반이 혹한기를 맞은 가운데 두 거대 업체의 경쟁은 업계는 물론 소비자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두 업체의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합리적인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두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타 이커머스업체들 역시 이들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고안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