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성 학생, 즈바노브 알렉산더 연구교수, 양성 교수. [사진=GIST]](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1931790213_9ff875.jpg)
【 청년일보 】 혈액 구성 성분의 유전 특성(dielectric properties)을 실시간으로 측정·분석해, 혈액검사 주요 지표를 전기적으로 정밀하게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21일 학계에 따르면 양성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혈류 상태에서 적혈구의 배열과 적혈구 내부 헤모글로빈의 수화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헤모글로빈 수화 구조(Hemoglobin Hydration Shell)는 헤모글로빈 분자 주변에 결합한 물 분자로 형성된 얇은 수분층으로, 산소 결합 상태에 따라 변하며 헤모글로빈의 기능과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과 마이크로플루이딕(Microfluidic) 기술을 결합해 실제 혈류 환경에서 적혈구 배열 방향성과 세포 내부 수분 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은 다양한 주파수의 전기 신호에 대한 물질의 전기적 반응을 측정해 ▲유전 특성 ▲이온 이동 ▲분자 구조 변화 등을 분석하는 기술로, 비침습적이고 민감도가 높아 생체 조직이나 혈액 같은 복잡한 생물학적 샘플 분석에 적합하다.
기존의 EIS 연구들은 대부분 정지 상태의 혈액을 분석 대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적혈구 응집이나 침전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측정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기존 이론 모델은 적혈구의 배열 상태나 헤모글로빈의 수화 구조를 고려하지 않아, 임피던스 스펙트럼 해석에도 제약이 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혈류 환경을 모사한 마이크로플루이딕 채널에서 혈액 임피던스를 측정하고, 이를 이방성 유전 특성을 반영한 유효 매질 이론과 결합해 분석을 진행했다.
적혈구 배열 상태를 정량화할 수 있는 ‘선호 배열 지수’ 개념을 도입해 분석한 결과, 전체 적혈구 중 약 34%는 흐름 방향으로 정렬되고, 나머지 66%는 무작위로 배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혈구 내부를 단순한 용액이 아니라, 이중 수화 껍질을 갖는 헤모글로빈 콜로이드로 모델링해 세포 내부의 물리적 특성까지 고려한 보다 정밀한 EIS 해석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연구팀은 이론 기반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실제 혈액에서 적혈구와 관련된 6가지 주요 혈액학적 지표를 도출했다.
도출된 지표는 ▲적혈구 수(RBC) ▲헤모글로빈 농도(Hb) ▲헤마토크릿(HCT) ▲평균 적혈구 용적(MCV) ▲평균 적혈구 헤모글로빈(MCH) ▲평균 적혈구 헤모글로빈 농도(MCHC)로, 혈액 내 적혈구의 상태와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이들 지표는 실제 임상 혈액검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계산된 값과의 오차가 3.5% 미만으로 나타나 높은 정확도와 신뢰성을 입증했다.
양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흐르는 혈액의 임피던스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혈구 배열 특성과 헤모글로빈 수화 구조까지 정량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향후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나 병원용 실시간 혈액 검사기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GIST 기계로봇공학과 양성 교수가 지도하고, 즈바노브 알렉산더(Zhbanov Alexander) 연구교수와 이예성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Analytical Chemistry’에 지난 1월 25일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