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치는 환경이 만든다: 청년의 잠재력, 그들이 아닌 우리가 가린다

등록 2025.06.09 11:12:31 수정 2025.06.09 11:12:31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 청년일보 】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이 '실력보다 과소평가받고 있다'거나 '운이 좋아서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는 단지 개인의 역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며, 대부분 그 진정한 원인은 종종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있다. 인간은 고정된 존재 같지만, 그 가치와 평가는 그를 둘러싼 맥락과 구조, 다시 말해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는 간단한 비유가 있다. 한 캔의 음료가 슈퍼마켓에서는 1천원, 일반 식당에서는 2천원,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5천원에 판매된다. 음료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 음료가 놓인 장소, 즉 환경이 가격을 변화시킨다. 소비자는 단순히 음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의미, 경험까지 함께 소비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지금의 청년 세대는 이 차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다양한 재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은 턱없이 부족하다. 높은 집값, 불안정한 고용, 끝없는 경쟁, 학벌 중심 사회, 스펙 쌓기의 압박은 청년들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능력이 있음에도 '출신 배경'이나 '기회의 부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창업을 꿈꾸지만 자본과 기반이 없어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그들의 좌절을 깊게 만든다.

 

많은 청년들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해주는 구조가 없기 때문에 지친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다. 이는 곧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기회의 부족이며,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청년은 변하지 않았지만, 환경이 그들의 가치를 가려버린 셈이다.

 

예술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명의 화가가 동네 갤러리에 그림을 걸었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명 전시회에 초청되자 그 작품은 언론과 대중의 찬사를 받는다. 그림은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오직 '그림이 놓인 환경'뿐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기업, 사회, 교육기관은 청년을 단지 '성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 있었는가, 그 환경이 그들의 잠재력을 억눌렀던 것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누군가가 당장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개인의 책임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진정한 리더는 '현재'의 결과보다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사람이다. 청년 개개인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다만, 지금 그들이 처한 환경이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수 없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 변화된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종종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는 과연 그들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청년 스스로도 자책하기 전에, 지금 자신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동할 수 있는 용기와 선택권을 지녀야 한다. 사람은 음료 한 캔처럼, 놓인 자리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더 좋은 환경에서, 더 가치 있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청년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회, 가능성이 억눌리지 않는 구조, 그리고 스스로를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방향이다.
 

 

글 /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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