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관리 대상 아냐"…다양성·실패 포용하는 사회가 '성장의 열쇠'

등록 2025.05.08 08:00:04 수정 2025.05.08 08:00:13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대학 졸업 후 뭘 하고 있니?'라는 질문 대신 '너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에 응원박수를 보내'라고 말할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 청년일보 】 "대학 졸업 후 뭘 하고 있니?"

 

일상적인 안부처럼 건네지는 이 질문은, 때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처럼 내려앉게 한다.

 

졸업과 동시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취업, 안정적인 결혼생활, 번듯한 내 집 마련이라는 '정답'의 기준 앞에서, 잠시 멈춰 서거나 다른 길을 걷는 청년들은 불안감과 함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할 때가 많다.

 

과연 이 사회는 청년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온전히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획일적인 틀 안에서 청년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흔히 '청년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기보다는 정해진 시스템 안으로 '관리'하려는 시도가 더 많았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청년은 그저 보호받고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능동적 주체다.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다.

 

학벌이라는 단단한 갑옷, 성별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획일화된 진로라는 좁은 문, 외모라는 또 다른 평가 기준, 아직은 낯선 성정체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국경을 넘어선 다양한 배경 등 이 모든 다양성을 뒤로하고 오직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도록 강요하는 사회는, 스스로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다면, 먼저 그들이 가진 고유한 빛깔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청년들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마음껏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하고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실패라는 값진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잠시 돌아가는 길을 택하더라도 비난 대신 격려를 보낼 수 있는 사회, 당장의 성공이라는 결과가 없더라도 그 과정 자체를 존중하고 보이지 않는 노력과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회 등 이러한 사회적 토양 위에서 비로소 청년들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실패의 날'을 기념하며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2010년 헬싱키의 한 대학교 창업 커뮤니티가 처음 기획하였고 대학생, 교수, 기업인 등 한자리에 모여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를 축하한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풍경은 성공에는 수많은 실패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축하하고 다음 성공으로 가는 발판의 과정을 응원하고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는 실패를 개인의 무능함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발판이자 사회적 자산으로 여기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은, 획일적인 성공 모델에서 벗어나 각자가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그들의 불안한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며 "너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라는 진심 어린 격려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더 성숙하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더 이상 획일적인 기준과 질문으로 청년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그들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믿고 지지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 또한 밝게 빛날 것이다.

 

 

글 /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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