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藥 논쟁(下)] “국민청원부터 장기처방까지”…의료계, 치매 정책 패러다임 전환 요구

등록 2025.06.22 08:00:02 수정 2025.06.22 08:01:18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인지기능장애 환자, ‘콜린알포 급여 축소 재고’ 청원…“환자 생각해 달라”
약국가, 노인층 중심으로 콜린알포 장기처방↑…고시 발표 전 대비 증가
치매학회 “치매 정책, 치매 초기 진단·치료 대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 필요”

 

보건복지부가 2020년 8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를 축소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하면서 제약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쟁점은 경도인지장애 개선 및 예방 의약품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대체할만한 약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축소하는 것이 환자와 국가를 위한 일이 맞냐는 것으로, 이를 두고 현재 정부와 제약사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제약사와 정부 간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콜린알포 급여 축소 가능성에 장기처방이 늘어나고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는 치매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년일보는 약 5년간 이어지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두고 정부와 제약사 간 소송 상황과 입장 차이를 비롯해 현재 사회적으로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콜린알포 급여 축소에…政 “급여 유지 근거 ‘미흡’” vs 제약업계 “대체재 ‘전무’”

(中) 제약사, 연이어 ‘콜린알포 소송’ 패소…급여 축소 전망發 콜린알포 대체 성분 논쟁

(下) “국민청원부터 장기처방까지”…의료계, 치매 정책 패러다임 전환 요구

 

【 청년일보 】 콜린알포의 급여 축소를 재고(再考)해줄 것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콜린알포 장기처방 빈도 수는 증가하는 등 환자들의 행동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에 대해 대한치매학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경도인지장애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초기부터 관리 및 치료하는 방향으로 선제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 콜린알포 급여 축소 전망에…“급여 축소 재고 청원부터 장기처방 증가까지”

 

콜린알포 소송전에서 제약사들이 계속 패소함에 따라 콜린알포의 급여 축소가 점차 기정사실화가 되어가면서 환자들이 발버둥을 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청원을 꼽을 수 있다.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뇌기능 개선제 급여축소 재고에 관한 청원’ 대한 국민 동의 수렴이 진행됐다.

 

해당 청원은 치매가 주는 환자의 고통과 치매 환자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비용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콜린알포 급여 축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인 바, 국민들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원인은 본인을 기억력 감소로 ‘인지기능 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뇌 기능 개선제(콜린알포세레이트)를 5년 넘게 복용하고 있는 60대 중반의 남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꾸준한 치료로 인해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됐고,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개선됨을 느끼고 있다”면서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콜린알포는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가족 중에 어머니가 치매 환자로 있는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복용한 콜린알포 덕분에 좀 더 치매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이 약을 복용하지 못한다면 심리적·실질적으로 힘이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콜린알포는 본인에게 있어 그 어떠한 약보다 가치가 있고 중요한 약”이라고 강조하며, “치매가 주는 환자의 고통과 치매환자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시 한번 고려해 급여 축소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재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간절한 마음을 청원글에 녹여 냈다. 

 

하지만 해당 청원은 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명 이상 동의'를 확보하지 못해 폐기됐다.

 

콜린알포 대한 장기처방도 증가했다. 약국가에 따르면 2020년 8월 정부의 콜린알포 급여 축소 고시를 발표한 이후부터 장기처방이 증가한 상황으로, 현재는 고시 발표 직후 대비 감소하기는 했지만 고시 발표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비율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더 이상 콜린알포를 저렴하게 구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소문 등이 돌 때마다 장기처방률이 급증했다. 장기처방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젊은 층보다는 노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약국가에서 확인된 사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콜린알포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고 효과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신경과에서 인지기능장애나 뇌혈관 질환에 동반된 뇌기능장애 개선 목적으로 수십 년간 처방돼 왔다”면서 “임상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 것이 최근 들어 처방량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의료계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선제적인 개입 필요…장기적인 시선에서 국가적 관리 필요”

 

이처럼 콜린알포의 급여 축소와 관련해 일부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대한치매학회(치매학회)는 경도인지장애를 비롯해 치매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치매학회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일부 증상인 인지 장애가 발생한 ‘치매 고위험군’으로, 정상인 사람이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한다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등 인지 기능 저하가 검사로 확인되었으나 대부분 독립적인 일상생활은 가능한 단계로, 이때의 치료 개입은 중증치매로의 악화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고 밝혔다.

 

특히 치매학회는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매 인식 및 정책 수요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근거로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초기 단계에서 중증으로 악화를 막는 치료 필요성에 대해 조사 응답자의 81.2%가, 가족과 지인 중 치매 환자가 있는 응답자 중 85.5%가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치매학회는 중증치매 악화를 늦출 수 있도록 치매 초기치료에 대해 새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성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의된 다양한 제언들을 토대로, 새 정부가 수립할 국정과제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는 치매 정책 패러다임 전환 및 국민의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담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경과 교수 A씨는 “콜린알포를 비롯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한테 쓸 약들이 퇴출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경도인지장애 등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알츠하이머 치매는 경도인지장애에서 악화되면 발생하는 바, 경도인지장애를 잘 관리해야만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치매안심센터 등 치매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레켐비’라는 신약을 선별급여 형태로나마 비급여에서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신약을 급여화하는 방법은 초기에 큰 돈이 들지만, 이를 통해 중증 치매 환자 수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치매 관리 비용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넘어가지 않게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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