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주년 특집_다음 6년을 묻다 ⑨소상공인] "코로나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500만 사장님 시대’의 냉혹한 민낯

등록 2025.06.23 10:00:13 수정 2025.06.23 10:00:17
신현숙 기자 shs@youthdaily.co.kr

불황 속 자영업자 수 5개월 연속 감소…폐업 지원도 급증
내수 부진에 단골도 줄어…“지금이 더 힘들다”는 반응도
정부, 소비쿠폰·채무조정 등 추경 대책으로 민생 회복 노려

2025년 6월, 청년일보가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6년 전, 코로나19는 삶의 방식과 일상의 속도를 근본부터 바꿔놓았습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혼란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어느새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 뒤에는 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배우고, 돌보는 방식까지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번 창간 기획은 지난 6년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6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취업, 집값, 전세사기, 청년지원, 금융, 식생활, 의료와 교육, 소상공인, 유통·택배, 청소년 게임 등 생활과 밀접한 11개 분야를 11명의 기자가 심층 진단합니다.

이 기획은 기록이자 통찰이며, 동시에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살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11편의 기획 보도를 통해 그 답을 함께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가 민생안정을 위해 각종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자영업자 수 5개월 연속 감소…‘버티는 장사’만 남았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5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2천명(0.4%) 줄었다.

 

자영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1만1천명)와 없는 자영업자(-1만2천명) 모두 줄어든 상황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가게 규모를 키우며 직원을 고용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반대로 고용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씨는 “자영업자는 불황일 때 가장 먼저 직원을 줄이게 된다”며 “우리도 최근에 아르바이트생 1명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수는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을 앞둔 2022년부터 매달 증가세를 보였고, 2023년에도 10월을 제외하고 매월 늘어났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2월에는 7천명 감소했다.

 

폐업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폐업을 돕는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올해 1분기 2만3천7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2% 늘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30대 자영업자 B씨는 “직장 생활만 하다가 처음으로 장사에 도전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며 “몸이 아프고 예민해지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차 날카로워지는 날이 많아 결국 과감히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달 플랫폼과 대행 서비스 문제, 재고 부담 등도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피음료점 수는 2020년 1분기 6만2천916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9만6천80개까지 늘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9만5천337개를 기록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업종 중 하나인 카페조차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인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20대 자영업자 C씨도 “코로나19 시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손님이 줄고 경제가 안 좋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자영업자 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업적인 이해가 부족해 실패 위험도 크다 보니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금이나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또 경기 악화로 고객 유치가 어렵고 재료비 부담도 커진 만큼,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는 세금 감면이나 대출 등 금융 접근성이 더 쉽게 열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연체율 11년 만의 최고…소득 불안한 자영업자의 현실

 

이들의 어려움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특히 전통적인 도소매업 자영업자는 1년 새 4만8천명 줄었다.

 

또 올 5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평균 0.67%로, 한 달 새 0.06%p 상승했다. 지난해 말(0.48%)보다는 0.19%p 뛰었다. 이는 11년 만의 최고치다.

 

서울 강서구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D씨는 “예전엔 한 달에 한 번 오던 단골도 이제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만 온다”며 “요즘은 장사가 잘되느냐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상가도 빈 점포가 많아졌고, 며칠 전에도 10년 넘게 장사하던 근처 가게가 결국 폐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근처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E씨는 “새 정부가 들어와서 기대가 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체감이 거의 없다”며 “인건비와 원재료비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들고, 한 달 장사해도 남는 게 100만원도 안 되는 달이 많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다. 세금 감면 확대, 금융 접근성 개선 등 위기 시 버틸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들은 무엇보다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창업 초기나 경험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 실효성 있는 교육과 맞춤형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 추경에 채무 감면·소비쿠폰 포함…"긍정적 기대"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포함한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19일 발표했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가동해 4천억원을 투입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치한다.

 

이를 통해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일괄 매입해 탕감할 계획이다. 총 113만4천명의 장기 연체채권 16조4천억원이 소각되거나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비 진작을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국민에게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최대 50만원, 일반 국민은 25만원, 상위 10%는 15만원 등의 소비쿠폰을 받게 된다. 정부는 내수 회복과 자영업자 매출 확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

 

소상공인협회 역시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과거 코로나19 시기 지급됐던 재난지원금이 많은 도움이 됐던 만큼, 지금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소상공인에게는 어떤 형태의 매출 활성화 대책이든 필요하다”며 “민생지원금 역시 소비 촉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봐,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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