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너지공사 전경. [사진= 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0343190412_a0054d.jpg)
【 청년일보 】 정부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5)을 확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실질적인 비용 부담으로 전환됨에 따라 기업의 경제적 압박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는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 감축 유인이 부족했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 배출허용총량(CAP) 강화와 유상할당 비율 확대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통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핵심 개편안을 둘러싸고 환경단체들은 추가적인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반면, 산업계는 경쟁력 약화와 비용 폭증을 호소하며 지원책을 요구하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이번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배출권 시장의 '규제' 기능과 '시장'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 기여하도록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을 총량 내에 포함하는 등 배출허용총량의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그동안 10% 수준에 머물렀던 유상할당 비율을 발전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대폭 상향하고, 이를 통해 확보되는 수입금을 기업 지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유상할당 수입금을 기후대응기금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감축 활동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저탄소 공정 전환이 시급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설비 투자 비용(최대 70% 이내)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상용화 단계의 혁신 감축 기술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배출권 이월 제한 완화, 다양한 시장 참여자(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의 참여 확대, 그리고 배출권 가격 급등락 시 개입하는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이 배출권을 재무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인 감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시장의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와 산업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규제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미온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현재의 배출허용총량이 여전히 과다하게 설정되어 배출권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탄소 가격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특히 감축 여력이 충분한 발전 부문은 즉각 100% 유상할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실질적 감축 노력을 희석시킬 수 있는 상쇄 배출권 사용 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계획으로는 배출권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탄소 가격을 정상화하기 어려우며 특히 감축 여력이 충분한 발전 부문은 100% 유상할당으로 전환하고, 유상할당 수입금을 획기적인 감축 기술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 며 “소극적인 규제로는 '탄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계는 유상할당 확대가 기업에 '징벌적 조치'로 작용하여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산업계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용 증가가 곧 전기요금 급등을 유발하여 전 산업에 걸쳐 제조 원가를 상승시키는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철강, 석유화학 등 감축 기술 상용화가 미흡한 '탄소 누출(Carbon Leakage)' 우려 업종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규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무상할당 기준을 유지하고 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나 모 대표는 "발전 부문 유상할당 확대는 전기요금 급등으로 이어져 산업계 전체의 제조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며 “감축 기술 상용화가 어려운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누출 우려 업종에 대해서는 무상할당 기준을 유지하고, 유상할당으로 조성된 기금을 실질적인 저탄소 설비 전환 지원에 우선 투입하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규제가 아닌 기업의 탄소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배출효율기준(BM) 할당 방식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BM 수준을 상향하여, 감축 효율이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현실적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산업계의 요구, 그리고 더 강력한 감축을 바라는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정부가 세부 할당계획을 통해 이들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낼지가 향후 국내 탄소 중립 이행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