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푸드의 글로벌 인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지며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라면과 김이 대표 효자 품목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국내 식품기업들의 현지화 전략과 제품 다변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 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9% 늘어난 84억8천만달러(약 11조8천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K-푸드 수출은 지난 2016년(60억6천만달러) 이후 9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 품목 가운데서는 라면(11억3천만달러, 24.5%↑)과 김(8억8천만달러, 14.0%↑)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K-푸드의 '투톱'으로 부상했다. 두 품목의 수출액은 약 20억달러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 "K라면 열풍 지속"…삼양식품·농심·오뚜기, 글로벌 '승부수'
국내 라면 3사는 해외 소비자 맞춤형 제품 확대와 현지화 전략 강화 등으로 'K라면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내외 생산기지 구축, 현지법인 역할 강화에 주력하며 해외부문 성장세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준공한 밀양2공장은 연간 약 13억개의 수출용 라면 생산이 가능한 시설로,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삼양식품은 지난해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현지 생산법인 '삼양식품(절강)유한공사'(가칭) 설립 계획을 밝혔으며, 2027년 1월 준공을 목표로 약 2천1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삼양식품 전체 수출의 25~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향후 중국 공장은 중국 내 수요를, 국내 공장은 미국·유럽 등 고성장 시장 수요를 담당하는 투트랙 생산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해외 판매법인을 통한 시장 다변화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네덜란드에 유럽법인을 설립해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수출 대륙별 판매 거점을 확보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일본 도쿄, 미국 LA, 중국 상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유럽 네덜란드 등 총 다섯개의 해외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법인들을 통해 판매망 확장, 현지 맞춤형 마케팅 등으로 매출 확대와 현지 시장 내 입지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외 국가별 맞춤형 불닭 제품, 불닭소스 등으로 불닭브랜드 제품군도 다양화하고, 지난해 신규 론칭한 '맵(MEP)', 프로틴 파스타 브랜드 '탱글(Tangle)'을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멕시코·브라질·인도·영국 등 7대 전략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농심은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신라면 캠페인을 진행하며 글로벌 브랜드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한, 신라면의 글로벌 슬로건인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중심으로 세계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시장 확대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농심은 영국 테스코(Tesco), 독일 레베(Rewe), 네덜란드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프랑스·유럽 전역의 까르푸(Carrefour) 등 주요 유통망 내 신라면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 2025'에서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공개한 바 있다.
또한 농심은 부산에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해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동 이후 농심의 글로벌 공급 능력은 연간 27억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심 관계자는 "각 국가별 시장 조사를 정교화해 현지화 제품을 출시하고 원가 최적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오뚜기 역시 글로벌 인지도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해 해외 시장 대응력을 강화했고, 지난해에는 해외 영문 표기를 'OTOKI '로 변경하고 진라면과 오뚜기밥 등 중요 수출 품목의 순차적인 글로벌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했다.
또한 지난 3월부터 방탄소년단 진을 글로벌 모델로 기용해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고, 주요 해외 식품 박람회 참가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젊은 소비자층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오뚜기는 '진라면'의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며 친숙도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의 경우 할랄 인증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유통채널을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공장을 설립해 생산과 공급 기반을 현지화함으로써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브랜드 리뉴얼과 현지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K-푸드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전했다.
◆ '검은 반도체' 김, 글로벌 시장 '점령'…CJ제일제당·대상·동원, 'K-김' 수출 주도
라면과 함께 또 하나의 K-푸드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김'이다. 김은 단순한 반찬을 넘어 '건강한 해조류 스낵'으로 인식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약 10억달러(한화 1조3천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6천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규모가 17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김은 전체 수산물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06년 김 사업에 진출한 이후, 2010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섰다. 지난 2015년에는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앞세워 '스낵형 김'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면서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국내에서는 밥상에서 흔히 접하는 반찬으로 소비돼 왔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김이 '새롭고 건강한 슈퍼푸드'라는 점에 주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건강 스낵 콘셉트로 재해석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 핵심은 '김의 다양성'에 주목한 맞춤형 시장 공략이다. 국가별로 김에 대한 인지도와 소비 맥락이 다른 만큼, 각 시장 수요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김 산업의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통상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기존에 먹던 자국의 김과 다른 새로운 맛으로 구매하는 한편, 유럽이나 미국은 슈퍼푸드로 만든 건강 스낵이라는 개념으로, 동남아에서는 한류 열풍에 의한 K-스낵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타깃 국가에 걸맞는 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고, 추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미국, 일본, 독일, 베트남 등 61개국에 '비비고 김'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가공김 매출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약 30% 성장하며 해외 수출의 주력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웰빙 간식 수요가 높은 유럽·미국을 전략 시장으로 삼아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한 K-김스낵 신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더불어 K-푸드에 대한 관심과 한류 열풍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소비자 니즈에 맞춘 지역 특화형 제품을 지속 선보일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미국·뉴질랜드 등 30여 개국에 김을 수출 중이다. 지난해 기준 대상의 해조류 가공품 매출은 약 1천550억원으로, 2020년(650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에는 대상 '해조류연구센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해외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자체 기준으로 물김과 마른김의 품질 등급제 적용, 공정 표준화를 통한 차별적 품질 확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별 맞춤 제품으로 수출 역량을 극대화했다.
지속가능한 김 산업을 위한 김 육상양식 기술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육상양식은 바다가 아닌 지상에서 김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미래 김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내세워 현지화 제품도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다. 조미김에 치즈맛과 불고기맛 시즈닝을 입힌 '고소한 치즈맛 김', 'BBQ 김' 등은 지난 2021년 출시 이후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한국의 전통 김부각을 스낵 형태로 만든 'Super Crispy Seaweed Chips'는 '오리지널', '치즈맛', '와사비맛' 등 3종으로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할랄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은 조미김, 시즈닝김 등 총 5개 품목에 인도네시아 MUI 할랄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 국가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앞으로도 활발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 메인스트림 채널 입점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지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할랄, 비건, 글루텐 프리 등 다양한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김 제품은 물론, 미역, 다시마, 한천 등 다양한 해조류를 활용한 해조가공품도 활발히 선보일 예정이다"고 전했다.
동원F&B는 '양반김' 브랜드를 앞세워 일본·태국·미국 등 3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지난 2016년부터 할랄 식품 인증을 획득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왔다.
최근에는 간식형 제품인 '양반 김부각'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 김을 간식으로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김부각'은 '건강한 해조류 스낵'으로 인식돼 주목받고 있다.
현재 양반김과 김부각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약 10개 국에 수출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지난 10월 독일에서 열린 아누가 박람회에서만 약 100여 개의 현지 기업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이에 향후에는 진출 국가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 진출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며, 동원F&B 연구진은 다양한 시즈닝, 식감을 접목한 김 활용 스낵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