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당 3社 "설탕값 담합 의혹에"…시장 공정성·소비자 신뢰 '흔들'

등록 2025.11.06 08:00:06 수정 2025.11.06 08:00:15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검찰, 제당 3사 ‘설탕값 담합’ 정조준…공정경쟁 논란 재점화
"임직원 4명 구속영장 청구"…'CJ제일제당'·'삼양' 관계자 포함
법원 "증거 충분·도주 우려 없다"…검찰의 영장 청구 기각 결정
국감서도 도마 오른 설탕값…"원당값 반토막, 소비자만 피해"
전문가 "담합은 시장 기능 마비…소비자 후생 직접 침해" 지적
한국소비자단체 "원당값 인하 반영돼야…공정위 결과를 주시"

 

【 청년일보 】 국내 주요 제당업체들이 수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해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제당업계의 구조적 담합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시장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가격 조정' 문제를 넘어, 서민 물가와 직결된 문제로 번지고 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 9월 17일 CJ제일제당, 삼양사와 대한제당 등 국내 최대 제당업체 3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수년간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해온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CJ제일제당 본부장 박모씨와 송모 부장, 삼양사 본부장인 임원 이모씨와 임원 전모씨 등 4명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수년간 담합해 설탕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의심되는 규모는 조(兆)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에선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임직원만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가 수집된 것으로 보이며, 기타 수사 진행 경과를 고려할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직업과 환경, 수사기관의 소환 및 조사에 성실히 응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기업 차원에서 여러 사람의 관여하에 이뤄진 범죄에 있어서 대표자가 아닌 피의자로서는 관여 범위나 책임 정도에 대해 방어권 행사를 보장받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사건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고발 요청권을 행사해 검찰이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최근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국내 제당업계의 오랜 가격 담합 관행이 되풀이된 사례로 평가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7년 "CJ,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제당업체들이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했다"며 CJ에 227억원, 삼양사에 180억원, 대한제당에 103억원 등 총 5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삼양사와 대한제당을 고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비슷한 행태가 이어져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공정위가 세 회사의 가격·출고량 사전 조율 정황을 다시 포착하면서 제당업계의 담합 구조가 고착화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당업계의 불투명한 가격 구조는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당 국제가격이 2023년 톤당 600달러에서 최근 357달러까지 급락했는데도, 국내 설탕 소매가격은 변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원재료 가격 담합 등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현재 처리 중인 사건은 신속히 종결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와 소비자단체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간 담합이 아닌, 소비자 후생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 간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격이 낮아지고 품질이 향상되는데, 담합은 이러한 시장 기능을 마비시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단체 역시 "설탕 시장이 워낙 과점화돼 있다고 판단해, 단체 차원에서도 원당 가격이 하락한 만큼 설탕 가격 역시 인하돼야 하며 원재료 가격 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며 "공정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소비자단체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동수 의원실에 따르면, 설탕 시장에서 CJ제일제당(40%), 삼양사(28%), 대한제당(26%) 등 3사의 시장점유율은 94%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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