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연공서열식 승진 관행 탈피"…재계, '밀레니얼 세대' 전면 기용

등록 2025.11.21 08:00:04 수정 2025.11.21 08:00:16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80년대생 회장부터 임원까지"…'영 리더' 파격 중용
정기선 HD현대 회장, 첫 '80년대생 총수' 타이틀 보유

 

【 청년일보 】 국내 주요 기업들의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19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 임원들을 대거 발탁하며 눈에 띈다. 

 

수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적 문화가 강했지만 최근 기업들이 '성과중심주의'를 지향하며 승진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쇄신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80년대생 회장부터 임원까지 일명 '영 리더'들의 파격적인 중용이 적잖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HD현대 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회장은 1982년생으로, 첫 '80년대생 총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권오갑 회장 아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이어오던 HD현대는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정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해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10월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년 만인 2023년 부회장에 선임된 이후 1년 만에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달 17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경영 능력을 입증해오며 리더십을 인정받아 왔다. 일례로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2021년 1조3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정 회장이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취임 후 2023년 2천8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경영 능력은 물론 온화한 리더십을 겸비한 소유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취임 첫 날부터 정 회장은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격의 없는 소통행보에 나섰으며, 평상시에도 워킹맘,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신입직원,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며 신망이 두텁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정 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 대표도 맡아 최근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 사업의 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CJ그룹은 지난 18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총 40명의 신임 경영리더를 선임했다. 지난해보다 약 두 배 늘어났으며, 눈에 띄는 점은 30대 리더 5명을 포함 80년대생 인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부분이다. 

 

사업별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차세대 '영 리더'를 적극 발탁함으로써 미래와 글로벌 성장 본격화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정기 임원인사 중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은 장나윤 CJ제일제당 식품 프로틴(Protein) 사업담당 경영리더와 김수주 CJ올리브영 경영리더 등 여성 임원 2명으로, 이들 모두 1989년생이다. 

 

장나윤 경영리더는 2013년 CJ그룹 신입공채 입사해 냉동 치킨 시장에서 외식 수준의 품질을 구현하며 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건 물론, K-스트리트 푸드 등 냉동 식품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기여해 왔다. 

 

김수주 경영리더는 올리브영 최초 PB 매장인 '딜라이트 프로젝트 해운대점', 남성 특화 매장인 '홍대놀이터점'을 연이어 오픈하며 새로운 유통 포맷을 적용했고, 취미용품과 K-POP 등 신규 카테고리를 육성해 올리브영의 고객 접점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보탰다.

 

CJ그룹은 지난해 CJ CGV 자회사 CJ 4DPLEX(포디플렉스) 대표에 1990년생 방준식 경영리더를 내정하는 등 영 리더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달 초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80년대생 7명을 포함한 76명을 신규 승진했다.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도 내달 초까지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80년대생 임원은 총 49명이다. 지난 2022년 3분기(23명)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최연소 임원으로는 김태수 삼성리서치 시큐리티&프라이버시팀 상무와 배범희 모바일경험(MX) 개발실 상무, 하지훈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상무이며, 이들 모두 1985년생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에서 80년대생 임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의 80년대 임원들은 총 5명으로, 최연소는 1983년생인 이동훈 낸드개발 담당 부사장이다.

 

현대차는 80년대생 임원이 10명으로, 전년 동기(6명) 대비 소폭 늘었다. 최연소 임원은 1982년생 동갑내기 트리오인 인포테인먼트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박영우 상무, 송현 현대내장디자인실장(상무), 주시현 로보틱스지능개발실장(상무)이다. 

 

이밖에 LG그룹의 경우 LG전자에서 80년대생 임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LG전자의 80년대 임원들은 총 5명으로, 최연소는 HS본부 산하에 속해있는 우정훈(1983년생) 상무다.

 

재계 관계자는 "오늘날 임원인사 트렌드를 보면 연공서열 관행에서 탈피해 성과를 기반으로 한 젊은 인재를 경영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차원에서 이같은 발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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