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경기 둔화 속에서도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 배경에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자리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구직을 포기한 20대 '쉬었음' 계층 확대가 통계상 실업자 감소로 이어지며 실업률 하락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현안 분석 보고서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에서 "최근 실업률 하락에는 일자리 매칭효율 개선이라는 긍정 요인과 함께 청년층의 구직 의향 감소라는 부정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실업률은 2015년 3.6%에서 올해(7월 기준) 2.7%로 떨어졌다. 그러나 '쉬었음' 인구 증가가 없었다고 간주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20대 쉬었음 비중이 2015년 수준(4.4%)에 머물렀을 경우 올해 실업률은 3.4%로 0.7%포인트(p)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쉬었음 인구가 장기 추세대로 완만하게 증가했다고 가정해도 실업률은 3.1%로 0.4%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은 취업 의사나 구직활동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의미한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기 악화로 구직 포기자가 증가해도 오히려 실업률이 낮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동시에 구인·구직 매칭 효율성 개선 역시 실업률 하락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채용 플랫폼 확산 등으로 구직자가 빈 일자리를 더 수월하게 찾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매칭효율이 2015년 이후 개선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실업률은 3.1%로 현재보다 0.4%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칭효율이 실제의 절반 수준이었다면 실업률은 2.9%까지 올라간다고 KDI는 분석했다.
KDI는 쉬었음 증가와 매칭효율 개선이 상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나,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 노동시장 이탈 때문이라는 점은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이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경직된 노동시장 속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보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며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연 연구위원은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청년층의 구직 의욕을 약화시키는 경제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이미 축소되고 있는 인적자원의 활용도마저 감소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칭 효율성을 계속 높이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노동시장 참여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