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의료현장에서 다빈치 로봇수술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다빈치 로봇수술은 누적 약 37만 건을 넘어섰고, 의료기관에는 200대 이상의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수술은 평균적으로 10분이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전 세계 누적 로봇수술 건수 역시 1천400만 건을 넘어섰다. 로봇수술은 이미 의료기관의 시범 기술이 아닌 임상 현장의 표준적 선택지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로봇수술이 일상화되면서 수술실의 핵심 질문도 바뀌고 있다. '어떤 수술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수술 중 환자의 안전을 책임지는가'라는 문제다. 로봇수술의 구조적 특징은 집도의가 수술대에서 떨어져 콘솔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개복수술이나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에서는 집도의가 환자 곁에서 시야와 신체 반응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지만, 로봇수술에서는 이러한 직접적 관찰 구조가 사라진다.
이 공백은 기술로 대체되지 않는다. 로봇은 정밀한 기구 조작을 수행하지만, 환자의 전신 상태를 해석하거나 수술 환경 전반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체위, 압박 상태, 피부 변화, 순환과 체온의 미세한 이상은 여전히 기계가 아닌 사람의 감각과 판단에 의해 포착된다. 이 역할은 수술대 옆에 남아 있는 수술실 간호에게 귀속된다.
로봇수술 환경에서는 이러한 책임이 더욱 명확해진다. 로봇 팔은 고정된 위치에서 장시간 작동하고, 수술 중 체위 변경이나 즉각적인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동일한 체위로 오랜 시간 유지되며, 압박에 따른 신경 손상이나 피부 손상 위험이 누적된다. 수술 시간이 길어질수록 순환 상태와 체온 유지에 대한 부담도 증가한다. 이러한 위험 요소는 수술 화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선제적인 관찰과 판단 없이는 쉽게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로봇수술에서 간호의 역할은 단순히 확대된 것이 아니라 재정의된다. 수술실 간호는 더 이상 기구 전달이나 보조에 머무르지 않는다. 환자와 로봇, 장비와 의료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수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수술 환경 전체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기술 발전에 따른 부수적 변화가 아니라, 로봇수술 구조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역할 변화다.
다빈치 로봇수술이 일상이 된 수술실에서, 기술은 수술을 수행하지만 환자의 안전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수술실에서는 간호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로봇이 수술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환자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역할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는 더 분명하게 질문되어야 한다.
【 청년발언대 9기 조은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