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자동화 시대에도 사람이 필요한 이유…스마트공장이 놓칠 수 없는 '판단의 영역'

등록 2026.01.10 08:00:00 수정 2026.01.10 08:00:11
청년서포터즈 9기 이수빈 suebin44@naver.com

 

【 청년일보 】 로봇이 공정을 수행하고, 생산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스마트공장. 여기서 스마트공장이란, 센서·로봇·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생산 과정을 자동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제조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공장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따라붙는다. 자동화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공장에 사람은 여전히 필요할까.

 

생산관리와 운영관리 관점에서 보면,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누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자동화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계획, 일정, 자원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공장에서는 다양한 정보시스템이 활용된다.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는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며, ERP(Enterprise Resourse Planning)는 자재, 인력, 생산계획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들이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보'일 뿐, '의사결정' 그 자체는 아니다.

 

스마트공장은 종종 사람을 대체하는 공장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스마트공장은 사람을 없애기보다, 사람의 역할을 관리·판단 중심으로 재편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다시 말해, 사람의 역할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 성격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스마트공장에 사람이 필요할까?

 

첫째, 생산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생산관리에서 계획은 기준점일 뿐, 현실에서는 예외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기계 고장, 수요 급변, 자재 지연, 품질 불량과 같은 변수는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해진 알고리즘보다 현장의 맥락을 이해한 사람의 판단이 더 빠르고 정확한 경우가 많다.

 

둘째, 데이터는 많아도 결정은 사람이 한다. 스마트공장은 방대한 생산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조정할지, 특정라인을 멈출지, 납기를 조정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은 여전히 운영관리자에게 있다.

 

셋째, 병목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산관리에서 병목(bottleneck)이란 전체 생산 흐름을 제한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문제는 병목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병목 공정은 계속 바뀌며, 이를 파악하고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판단하는 역할은 전형적인 생산관리자의 핵심 업무다.

 

넷째, 현장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작업 표준과 매뉴얼이 존재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작업자 숙련도 차이, 안전 문제, 돌발 상황으로 인해 계획과 다른 흐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공장에서도 현장 관리자와 지속적인 개선 활동, 즉 카이젠(Kaizen)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공장은 사람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다. 기계는 계산과 반복 작업에 강하지만, 상황 판단과 책임 있는 결정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스마트공장은 사람의 의사결정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하는 도구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는 제조 현장에서 요구되는 인재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미래의 제조 현장에서는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역할보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의사결정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즉, 스마트공장이 요구하는 능력은 기술과 운영관리 역량의 결합이다.

 

자동화가 발전할수록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단순 반복 노동이다. 스마트공장은 사람 없는 공장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이 더 중요해진 공장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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