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자기소개와 인간관계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름보다 MBTI를 먼저 묻는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MBTI는 청년 문화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지만, 이러한 과몰입이 청년들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두고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MBTI는 자신의 성향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감정과 행동의 특징을 네 글자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은 이를 통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얻었다고 느낀다. 특히 자아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는 자기 이해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복잡한 감정을 명확한 틀 안에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은 청년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MBTI가 단순한 참고 지표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작동할 경우, 부작용도 분명해진다. 일부 청년들은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특정 유형으로 단정 지으며 '원래 이런 성격'이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성격이 환경과 경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간과되기 쉽고,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유형 뒤로 밀려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 역시 지적된다. 특정 MBTI 유형에 대한 고정관념이 확산하면서, 연애나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유형을 이유로 상대를 평가하거나 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과 경험보다는 성격 유형을 우선시하는 문화로 이어지며, 사람을 입체적인 존재가 아닌 단순한 분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우려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MBTI를 과학적 진단 도구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진단하는 검사가 아니라, 성격 선호 경향을 분류한 지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검사 결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MBTI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MBTI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MBTI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이를 소비하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자기 이해를 돕는 도구로 활용될 경우 의미가 있지만, 정체성을 단정하고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될 때 한계가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MBTI 과몰입 문화는 청년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네 글자에 정체성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다. MBTI 열풍을 둘러싼 논의 역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사회가 정체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윤소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