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잠 대신 커피를 택한 대학생: 과도한 카페인 섭취, 개인 습관 아닌 사회적 압박의 결과

등록 2025.12.20 14:00:00 수정 2025.12.20 14:00:10
청년서포터즈 9기 김지빈 jibinkim12@naver.com

 

【 청년일보 】 강의실에 들어서는 학생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커피나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가 들려 있다. 오늘도 '커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농담 섞인 표현은 치열한 하루를 카페인으로 겨우 버텨내는 오늘날 대학생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학점 관리, 대외 활동, 각종 자격증 공부,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병행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카페인은 더 이상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한 기호품이 아니다. 이는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국내 대학생들의 카페인 섭취 현황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카페인 음료 섭취가 매우 흔할 뿐만 아니라 특히 학업 경쟁이 심화되는 시험 기간에는 평소보다 섭취량이 2배에서 3배 이상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카페인 의존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나쁜 습관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 이면에는 끝없는 성취를 강요하고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무한 경쟁'과 '결과 중심의 평가'라는 구조적인 압박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들이 수면을 줄이고 카페인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형성된 습관이 있다. 고강도의 입시 경쟁을 겪으며 카페인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학점 경쟁과 치열한 취업 준비 과정 속에서 또다시 카페인을 찾게 된다.

 

대학생들은 카페인 섭취의 가장 주된 이유로 '졸음 감소'와 '학업 수행 능력 향상'을 꼽는다. 이는 카페인이 더 많은 공부 시간을 확보하고 성과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다.

 

게다가 소셜 미디어를 보면 밤샘 공부나 수면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노력을 성공의 필수 과정처럼 언급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대학생들에게 '늘 깨어 있으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심어준다. 그 결과, 잠을 줄이며 카페인에 기대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일시적인 자기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신체와 정신에 지속적인 무리를 주는 피로 누적의 악순환일 뿐이며, 결국 수면의 질 저하, 불안, 심장 두근거림 등 부작용을 낳는다.

 

카페인이 피로를 해소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작용 원리 때문이다. 우리 뇌에서는 졸린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하여 아데노신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각성 효과를 유도한다.

 

그러나 이는 뇌를 속여서 피로를 일시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사라진 후에는 억눌렸던 피로감과 두통이 강하게 몰려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수면 장애, 불안 증세, 만성 피로, 위장 장애, 심박수 급증, 나아가 카페인 중독 및 섭식 장애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부작용을 초래하여 대학생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카페인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잘못된 습관으로 치부하기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충분히 휴식하고 수면을 취하는 것은 뒤처지는 행위가 아니라 당연한 기본 권리이다. 동시에 대학생들 스스로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무리한 카페인 섭취 대신 짧은 낮잠이나 규칙적인 휴식을 통해 피로를 회복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건강관리협회 등 전문가들은 간단한 산책, 스트레칭, 찬물 세수 등의 방법을 권고한다.

 

또한 매번 고카페인 음료에 의존하기보다는 물이나 디카페인 음료, 혹은 비교적 카페인 함량이 적은 녹차, 페퍼민트 차 등으로 대체해 보려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무엇보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외부의 기대와 압박, 비교 의식에서 벗어나, 피곤하면 휴식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활동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건강한 삶의 밑바탕을 세우는 핵심이다. 대학생들은 잠 대신 커피를 마실 의무가 아닌, 충분히 자고 쉴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지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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