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증권업계의 양극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IMA 및 발행어음 인가에 따른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이 업계 안팎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은 반면, 인가에서 제외된 증권사들은 그만큼 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중론에 명암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번 인가를 기점으로 더욱 벌어질 대형사들과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본 확충 및 IB(기업 금융)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유관 기관에서도 지원책을 모색하는 등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업황을 의식해 중소형 증권사 살리기에 신경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고 IMA 업무 인가를 의결했다. 키움증권 역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가 기업금융(IB) 관련 자산에 70% 이상 투자해 획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예·적금 대비 기대 수익이 높은 한편 원금을 보장하는 특징이 있다.
IMA를 영위하는 증권사는 자기자본 차입 한도를 최대 300%까지 높여 모험자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된 2017년 이래 이번에 첫 인가가 난 것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발행어음 신규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키움증권에 발행어음이 부여되기 전까진 미래에셋증권 및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개사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해 왔다.
키움증권 외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는 삼성증권·하나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 등 4개사이며, 이들에 대해서도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및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 1호' 탄생이라는 증권업계의 이정표가 세워진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가를 기점으로 대형사들과 중소형 증권사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대형 증권사들과 중소형사들의 실적 규모는 단위를 달리할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 보유 자산 대비 이익 수준 역시 격차가 벌어진 가운데 일부 증권사에게 부여된 IMA 및 발행어음은 증권사들간 간극을 더욱 넓힐 전망이다.
올 3분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대 증권 대형사의 연결 기준 합산 잠정 당기순이익은 1조9천4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소형사에 해당하는 대신증권 및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양증권은 합산 당기순이익 3천943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NICE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총자산이익률(ROA)는 1.6%인 한편, 3조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는 1.0%에 그쳤다. ROA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통해 달성한 이익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상황이 이렇자 유관 기관에서도 이를 좌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증권업계는 금융당국과 함께 중소형 증권사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는 증권금융의 증권금융의 중소 증권사에 대한 역할 강화를 비롯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확대,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 완화 등 30여 개 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지원방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들이 회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CR 규제를 회사 단위가 아닌 사업 부문별로 나눠서 적용하거나 증권사 규모를 감안해 중소형사에 적용되는 NCR 기준을 상대적으로 완화한다면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특화 지정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 많아지면 증권사들은 세제 혜택을 누리는 한편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여력이 더 늘어난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중소기업, 금융당국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현재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기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거는 등 자구적인 방책을 꾀하고 있다. 체급 자체를 키워 기존 리그를 탈피하는 게 대형사와의 격차를 줄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란 판단이 엿보인다.
그 일환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및 IB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월 2천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투사 진입 최소 요건을 갖춰, 같은해 12월 국내에서 10번째로 종투사 지위를 획득했다.
현대차증권은 올 3월 약 1천62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1조원대 이상으로 늘렸다. 이 외 대신증권은 최근 IB부문을 IB총괄로 격상한 한편 한양증권은 지난 3월부터 글로벌 IB 조직을 신설·운영하고 있다.
이 외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DS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은 신사업 및 IB 분야에 전문성을 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본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기 자본이 커야 다양한 비즈니스에 뛰어들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비지주계를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충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