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여행업계의 회복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동과 중동의 경유 노선을 이용한 여행 상품 판매가 중단되고 추가 비용 부담까지 발생하면서 상반기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작된 공습으로 인해 두바이 등 중동의 주요 공항을 경유할 예정이던 여행객들이 일제히 고립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전쟁 발발을 예측하지 못한 만큼 업계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상황”이라며 “고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사태 초기 대다수의 항공편이 취소된 두바이 등에 발이 묶였던 국내 주요 여행 3사(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의 여행객은 총 460여명으로, 현재는 각사의 귀국편 확보 등으로 전원이 귀국했다. 구체적으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은 지난 7, 8일에 걸쳐 이들이 안전하게 귀국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체류 여행객 관련 문제는 각 여행사들의 적극적인 대체 항공편 확보 노력으로 일단락됐지만,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비용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각 여행사들은 사태 발생 지역에 체류하거나 경유하는 여행 상품에 대한 취소를 수수료 없이 면제해주고 있다.
먼저 하나투어의 경우 4월 초까지의 중동 상품 예약 고객 중 취소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취소료 면제 및 전액 환불 조치하고 있다. 또한 모두투어는 두바이·아부다비·카타르 경유지 또는 목적지로 하는 모든 패키지 예약에 대해 취소 시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노랑풍선은 분쟁 발생 지역 및 중동 항공사가 포함된 상품을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31일 출발분까지 고객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후속 조치가 법에 의해 강제되는 사항이 아닌, 기업 차원의 도의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행사가 이번과 같은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일로 인한 불가피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귀국편을 마련해주거나, 환불을 해줘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며 "다만, 각 여행사를 선택해준 소비자들의 신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번 조치로 인해 각 여행 업체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는 "외면적으로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고객의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각 업체가 지출한 비용은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실제 귀국편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공항과 항공사의 상황도 시시각각으로 달라져 단순히 항공편에 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항공편을 구하기 위한 인적·조직적 인프라와 비용이 상당한 수준으로 투입됐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을 여행하거나, 중동 지역을 경유해 여행하는 상품의 판매가 무기한 중단됐다는 점도 여행업체로서는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번 사태로 두바이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또한 하나투어는 중동 경유편을 이용하는 유럽 상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점치며 추후 추가 조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
모두투어 역시 두바이·아부다비 등 중동 지역 여행 상품과 중동을 경유하는 스페인 여행 상품 등에 대한 판매를 멈췄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혹은 중동 경유편을 이용하는 여행 상품의 판매 중단 역시 1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 있어 중동 지역과 중동 경유편을 이용하는 여행 상품의 비중은 약 10~20% 내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여행업체의 영업 실무자는 "전체 여행 상품 판매분에서 중동, 중동 경유편 여행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해당 여행 상품이 비교적 고가에 속한다는 점은 여행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장 이 지역으로의 여행을 희망하는 고객의 문의 자체도 급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여행 상품이 업계의 예상보다 더 긴 시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체의 영업 전담 실무자도 "당장 이 지역의 여행 상품 판매가 중단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이 조치가 업계의 예측보다 훨씬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1분기를 넘어 2분기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이번 공습을 장기화할 가능성을 여러 번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는 "미국의 중급·중상급 수준 군수물자만으로도 전쟁을 영원히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업계는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그간 유지해온 여행업계의 성장세를 둔화할 중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루며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의 외형적 복원은 물론 이보다 더 나아간 '성장세'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먼저 하나투어는 지난해 매출 5천86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 증가한 57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연간 이익을 올렸다.
모두투어 역시 사업 재편의 속도를 내며 지난해부터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16.2% 감소한 2천51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2.8% 증가한 76억원을 기록했다.
노랑풍선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2% 감소한 1천197억원을 기록했지만 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여행 업계가 본격적인 회복, 성장 모멘텀으로 진입하는 시기에 악재가 발생해 우려가 크다"라며 "상호 업체 간 경쟁보다는 여행업계의 양적 성장과 회복이 더욱 절실한 시점에서 주요 여행 3사는 물론 중소 여행 업체들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주력 여행 상품을 다변화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대체 항공편 발굴에 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주요 여행업체의 한 임원은 "중동 및 중동 경유지를 방문하는 여행 상품의 판매를 신속히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유사한 여행지, 혹은 대체 경유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특정 상품군이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는 사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여행지는 매출 비중은 적더라도 객단가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또한 최근 2040 고객을 중심으로 이색적인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상품 판매 재개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국내 주요 여행 3사의 경우 중동과 중동 경유편을 이용하는 여행 상품보다는 일본·베트남 등 근거리 여행 상품의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라며 "다만, 이들 지역의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전체 실적에 대한 영향이 미미할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여행업계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테마여행 상품의 개발과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잠재 여행지에 대한 신속한 발굴의 중요성이 더욱 배가된 시점"이라며 "이번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상품 구성 재편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