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높이만 조절"…콜센터 방역대책 '무용지물'

등록 2021.01.11 20:57:13 수정 2021.01.11 20:57:24
강정욱 기자 kol@youthdaily.co.kr

비대면 업무 수요 증가로 업무 강도는 증가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연차 사용 언감생심

 

【 청년일보 】 지난해 콜센터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가 방역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비정규센터는 콜센터 119 회원과 콜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 항목에는 ▲코로나19 이후 변화 ▲직장에서의 코로나19 방역 ▲코로나19 예방지침 ▲갑질 경험 ▲근로조건 개선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배포한 ‘콜센터 사업장 예방지침 점검표’ 9개 항목 중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 부여’는 27.7%,  ‘근무지 내 밀접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시차출퇴근제 활용’은 33.3%에 그쳤다. 노동자 간 투명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만 83.8%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상담사는 “보이기식으로 몇몇 좌석은 띄우는 듯하다가 다시 다닥다닥 배치했다”고 답했고, 다른 상담사는 “칸막이 높이만 조절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콜센터 사업장 예방지침’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도 66.3%에 머물렀다. 이 중 예방지침이 ‘실효성이 있다’는 응답은 50.5%로 절반만 넘겼다.

 

응답자의 54.5%는 직장이 코로나19 감염 위기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직장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해 34.0%가 방역 조치를 잘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회사에서 마스크를 한번도 지급받지 않았다고 하는 응답은 33.0%(100명)에 달하는 반면, 근무일마다 마스크를 지급한다는 응답은 14.9%(45명)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4.1%는 비좁은 업무공간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8%가 ‘1m 간격 상담공간 확대’라고 응답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노동시간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1.4%로 가장 높았으며,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25.1%였다. 1년 전과 비교하여 업무강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58.4%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비대면으로 인해 콜센터 상담이 늘었지만, 상담사를 충원하지 않아 노동강도는 높아진 셈이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상담 중 이석 금지(52.5%), 점심시간 외 휴게시간을 미부여(50.5%), 점심시간 제한 경험(32.6%), ‘화장실 사용 제한’을 경험(32.7%)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응답자는 “화장실을 갈 때 ‘지금 이석을 하겠다.’ 이렇게 메신저에 남겨야하고 돌아가면서 한명씩만 화장실을 갈 수가 있다”며 “업무를 하느라 예약을 못하면 5~60분 이상 볼일을 참아야하는데, 그거 못 참고 갔다가는 사람들 앞에서 “누가 화장실 지금 다른 사람 갔는데 갔냐?” 는 꾸중을 들어야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 큰 성인들끼리 다니는 회사에서 누가 어떤 볼일 보고 오는지를 다 말해야 보내주는 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콜센터 상담사의 85.5%가 휴가 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관리자가 휴가사용을 통제해서’(44.9%), ‘불이익에 대한 우려’(28.7%), ‘실적 압박’(27.1%) 순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14.5%에 그쳤다.

 

유급연차휴가와 별개로 몸이 아프면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유급병가제도가 없다는 응답도 65.3%에 달했다.

 

콜센터 상담사 3명 중 2명(67.7%)은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우울감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46.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19.2%)에 비해 2.4배 높은 수치다.

 

직장갑질119 김한울 노무사는 “코로나 19 감염상황이 이어지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업무는 필수적으로 되었다. 그런데도 콜센터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근무 중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못 갈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 19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자 간 거리 두기, 아프면 쉬기 등 최소한의 방역수칙이 준수되어야 함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콜센터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코로나 19 예방지침 등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밀집된 콜센터의 근무환경, 연·월차 휴가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이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다”며 “정부가 수립한 방역 대책이 현장까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원청에서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콜센터 업무 현장은 코로나19의 위협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장갑질 119는 지난 2017년 11월 1일 출범했다. 2021년 1월 현재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우분투 비정규센터는 지난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우분투재단이 사무금융업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설립한 센터다. 비정규센터는 콜센터, IT, 사무보조, 보험설계사 등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실태조사 및 연구, 노동 상담, 노동조합 설립·조직활동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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