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온열질환' 예방한다지만…공사현장에선 '작업중지권' 제각각

등록 2024.06.28 08:00:00 수정 2024.06.28 08:00:07
최철호 기자 cch8815@youthdaily.co.kr

시공능력 최상위권 현장 근로자 "작업중지권, 부담없이 사용"
타 대형건설사 현장근로자 "작업중지권 못 들어봐" 온도차
노동계 법제화 촉구…여야, 폭염 등 기상악화시 근로자 보호

 

【 청년일보 】 "이 현장은 대기업이 시공사라 그런지 확실히 다르네요" (50대 건설 현장 근로자 김 모씨)


혹서기 안전관리에 민감한 건설사들이 연이어 현장근로자 온열질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건설 현장마다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대책 수준은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공능력순위 상위권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주요 온열질환 대책의 하나인 '작업중지권' 활용을 두고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는 분위기다.


27일 서울 중구 소재 건설현장에서 만난 50대 현장근로자 김 모씨는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취재진의 연이은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약 1년전부터 이 현장에서 일했다는 그는 "오전에도 날씨가 너무 더워 일하기 힘들지만, 여기는 비교적 현장 근로자를 잘 배려해 준다"며 "휴식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아이스크림도 자주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작업중지권이 있다는 것을 이 현장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올해는 아직 사용된 적이 없지만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근무하는 현장은 서울역-서대문 1·2구역 제1지구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으로, 시공능력 최상위권 회사가 시공을 맡고 있다.    


반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윤 모씨는 사뭇 다른 얘기를 전했다. 


그는 "이곳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 시공하는 현장이지만 작업중지권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물이나 휴식시간은 틈틈히 제공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동료 또한 "수년째 대형사 현장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일해 봤지만 실제로 작업중지권이 발동된 사례는 들어본적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시공능력기준 10위권 내 일부 대형시공사 조차 현장근로자 온열질환 대책의 하나로 주목받는 '작업중지권' 사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소건설사 현장 근무자의 혹서기 작업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한 모씨는 무더위에도 작업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곳은 작업인원이 소규모라 내가 작업을 쉬면 다같이 쉬게돼 경력이나 나이가 어린 사람이 먼저 쉬자고 얘기하기가 어렵다"며 "쉬더라도 충분한 휴식보다는 공사기간이 밀리지 않게 짧게 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업중지권에 대한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공사기간에 대한 압박으로 작업중지권이 있다고 해도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노동계에서는 폭염을 법조항에 명시하는 등 보다 명확한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제52조에는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같은법 39조 역시 사업주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의무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권도 여야 구분없이 폭염 대책 법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국회 환경보건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이 폭염 대책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 따르면 이 개정안에는 폭염 외 한파, 태풍 등 기상이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끼칠 경우에도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등이 산안법 개정안이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 역시 폭염·한파에 의한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투텁게 보호하려는 취지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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