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적 기질과 실용적 리더십 "통했다"...LG家 4세 구광모 출범 6년 '재조명'

등록 2024.06.29 09:00:00 수정 2024.06.29 09:40:11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4대 그룹 총수 막내 구광모 회장…'뉴 LG' 탈바꿈 행보 '성공적' 평가
그룹내 '애물단지' 모바일·태양광사업 철수 후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
"지속가능한 미래준비"에 역점…구광모 회장 'ABC' 신사업분야 정조준

 

【 청년일보 】 삼성그룹을 비롯한 SK·현대차·LG그룹. 올해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6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18년 5월 선친인 故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이어받게 된 구 회장의 4세 경영 시대가 시작된 후 재계 안팎에선 그 동안 다소 보수적인 기업으로 평가 받던 LG그룹이 '뉴 LG'를 천명하면서 획기적으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평가는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운다"는 구광모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략적 리더십을 통해 미래 먹거리 육성 공략에 나선 그의 행보가 재조명 받고 있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취임 6주년을 맞는다. 평소 소탈하고 차분한 성격 보유자로 알려진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운다"는 경영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며 과감한 결단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특히 모바일·태양광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LG전자의 3대 핵심 사업으로 꼽혔던 모바일 사업은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누적 적자만 무려 5조원에 달하자 구 회장은 모바일 사업(당시 MC사업부)를 철수시키는 용단을 내렸다. 

 

또한 태양광 패널 사업의 경우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세계 시장 점유율이 1%대에 머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MC 사업부와 함께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결국 2010년 첫 발을 떼 그동안 북미 시장에 공을 들여왔던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과 미래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종료한다며 12년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부진한 사업을 정리한 구 회장은 배터리와 자동차 전장사업(VS)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눈길을 돌리며 지속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왔다.

 

이 같은 투자전략은 적중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그룹의 계열사 중 배터리 제조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연간 연결기준 매출 25조5천986억원, 영업이익은 1조2천137억원을 기록했따. 창사 이래 모두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LG전자 전장 부문을 맡은 VS 사업본부는 지난해 10조1천476억원, 영업이익 1천33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본부 출범 10년 만에 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하는 한편 2015년 실적 공시를 시작한 이후 8년 연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른바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신사업 분야로 선택,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향후 5년간 54조원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구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를 되짚어보면 'ABC'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22년 클린테크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미래 사업의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출장길에 올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미국 보스턴)와 LG전자 인공지능랩(캐나다 토론토)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당시 구 회장은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기대와 동시에 앞으로도 ABC 육성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가운데 구 회장은 AI(인공지능) 분야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앞서 구 회장은 취임 초 이사진 회의에서 "배터리·전장 등 10년 먹거리는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면서 "AI 기술을 선제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후 구 회장은 2020년 AI 연구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을 설립하며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2021년 12월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공개한 뒤, 이듬해 한 층 진화한 '엑사원 2.0'을 내놨다.

 

최근에도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AI 스타트업을 찾아 LG의 AI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이 밖에도 구 회장은 형식보단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리더로 익히 전해진다. 400여명 이상의 임원이 한꺼번에 모여 분기별로 개최하던 임원세미나를 'LG포럼'이라는 100명 미만 규모의 월례포럼 형식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故 구본무 선대회장 당시였던 1998년 4월 시작된 LG 임원세미나는 분기마다 총수를 비롯해 계열사 대표이사, 임원 등 400여명이 참석해온 정례 행사다. 주로 구 선대회장으로부터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고 명사 초청 강의를 듣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선대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최신 경영 트렌드를 학습하고 동시에 임원간 소통 기회를 갖기 위해 월례포럼 형식으로 전환했다. 월례포럼은 ▲국내외 경영환경 ▲산업 트렌드 ▲사회 현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럼 주제를 정하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형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안정적이고,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LG그룹이 구 회장 취임 직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면서 "일례로 자신의 사내호칭을 '회장'이 아닌 '대표'라고 불러달라는 것과 직원들과의 눈높이 소통 강화 등이 있는데 이는 수평적 조직문화로 그룹 전체 시너지 효과를 도출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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