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성 역차별" 이슈 부각에...서울보증보험, 보건휴가 무급제 전환 "진통"

등록 2024.07.22 08:30:00 수정 2024.07.22 10:29:40
신정아 / 신한나 기자

서울보증 노사 임단협 착수 속 보직수당 등 일부 사내 복지 지원 두고 '진통'
사측 '남성 성차별' 이슈에 보건휴가 기존 '유급제'에서 '무급제'로 전환 요구
노조, 공기업 다수 무급제 운영에...'무급제' 전환 요구 반대 명분 없어 '난감'
일각, 시류 변화에 따른 '형평성' 부각....보건휴가 무급제 전환 여부 '촉각'

 

【 청년일보 】 SGI서울보증보험(이하 서울보증보험)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 착수한 가운데 임금인상율에 일부 사내 복지 프로그램 지원을 둘러싸고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사내 복지 일환으로 도입, 시행해 온 여직원의 생리휴가, 즉 보건휴가에 대한 개선을 둘러싸고 사측이 남여 직원간 역차별 소지를 주장하며 민감한 화두로 제기하자 노조가 발끈하는 모양새다. 다만 노조 역시 남녀 간 형평성 제고라는 시류의 변화를 감안한 사측의 주장에 대해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 난감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 노사 양측은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 돌입한 가운데 임금인상율을 비롯해 일부 사내 직원들의 복지 혜택 확대 또는 폐지 등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 직원에게만 제공하고 있는 보건휴가를 두고 남성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 노사간 미묘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휴가를 둘러싼 쟁점은 기존대로 유급제로의 운영여부다.

 

사측은 서울보증보험과 같은 여타 공공 및 금융공기업들이 보건휴가를 무급제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기존 유급제로 운영했던 방식을 무급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융공기업 중 보건휴가를 유급제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등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금융업계내 보건휴가를 유급제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증권업종의 경우 다수 있으나, 보험업종은 절반 이상이 무급제로 전환됐다"면서 "특히 서울보증보험과 같은 금융공기업의 경우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무급제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공기업이자, 금융감독원 등 대부분의 금융 공기업 및 유관기관들이 보건휴가를 무급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대로 유급제로 운영하기에는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사내 일각에서는 여성 직원들만이 유급으로 보건휴가를 활용하고 있는 반면 남성 직원들은 이를 대체할 만한 지원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남성 역차별에 대한 불만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을 역차별하고 있다며 약자 프레임을 씌워 여러면에서 여성 위주의 업무 정책 및 제도 개선이 이뤄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는 되레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 사이에서는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왜 아직도 남성만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느냐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자 시류"라며 "남녀 평등이라는 점에서 모든 회사 정책 및 제도가 남녀 모두에게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보증보험 노사는 임금인상율을 비롯해 직급수당 조정, 보건휴가 무급제 전환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도에 유급제로 운영됐던 것이 무급제로 많이 변경되면서 상당한 기업들이 대체로 동참했다"면서 "반면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유급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보증보험은 보건휴가는 쉬지 못하면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유급제를 유지하는 대신 보상청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현재까지 유급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노조의 한 관계자는 "보건휴가 도입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유급제 도입에 부정적인 인식이 없었으나, 최근 기류를 보면 남여간 성차별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남성 역차별 이슈로 제기돼 유급제 유지가 쉽지 않아졌다"면서 "한국은행과 한국 거래소 역시 현재까지는 사측의 요구가 거세지 않아 논쟁이 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무급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DI)은 1년간 블라인드 회사생활 게시판 내 조직문화 관련 2672개 게시글을 분석한 보고서를 ‘KWDI 브리프’ 를 게재한 바 있다.

 

보고서는 세부 영역별 분석을 위해 게시글들을 성차별, 성희롱, 일·생활 균형, 기타 조직문화 영역으로 분류하는 등 세부 영역별로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성차별 영역에서 남성 역차별에 대한 불만의 글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남성 직원만 당직과 야간 숙직을 전담시키는 것이 성 차별이 아니라는 인권위 판단에 적잖은 비난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22년 12월 당직 근무 편성에서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을 시킨 한 농협IT센터에 대해 “야간 숙직의 경우 한 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여서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고 판단, 차별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에 남성들이 반발하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또한 당해 9월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가 여성 직원의 당직을 줄이겠다는 후속조치를 내놓자 일각에서는 "근본적 대책도 아니며, 역차별만 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 신한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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