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의 생활고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년 세대의 연평균 소득은 2천162만원, 부채는 1천172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50~300만원 수준의 소액 대출도 제때에 갚지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 요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청년세대의 저소득·생활고 현상을 짚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친구 모임도 줄이는데"…'생활고' 허덕이는 청년층
(中) "소액 대출 갚기도 버겁다"…20대 신용유의자·연체율 급증에 '비상'
(下) "신용도 하락 우려 점증"…2030세대, 통신비 연체 1·2위
【 청년일보 】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대출금액이 대체로 생활비 마련 명목의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 청년층의 신용관리에 대한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20대 신용유의자 급증…대부분 1천만원 이하 '생활비' 명목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못 내는 등의 사정으로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20대 '신용유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천887명(중복 인원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말 5만2천580명에서 25.3% 급증한 수치다.
20대 신용유의자의 증가속도는 전체 연령대에 비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는 54만8천730명에서 59만2천567명으로 8%가량 늘어났다.
아울러 20대 대출 연체자의 대부분은 수십만~수백만원 수준의 소액 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기준 7만3천379명(카드대금 연체 제외)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연체 금액이 '1천만원 이하'인 경우가 6만4천624명(88.1%)이었다.
금액이 소액인 점을 감안했을 때 생활비나 주거비 등 생계 관련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 쉽고 빠른 '인터넷은행' 생활비 대출…청년 연체율 증가에 '한몫'
이같이 빚에 허덕이는 청년층이 증가한 데에는 비대면으로 간편하고 빠르게 대출받을 수 있는 인터넷은행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취직에 성공한 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주변 동료들의 권유에 인터넷은행을 통한 생활비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가 멀어 이사비용에 살림을 갖추려다 보니 당장 월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접 창구를 찾아가지 않아도 돼 간편하긴 한데 아직 직장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라 제때 대출을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인터넷은행을 통해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대출받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지난달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4.05%였다. 이는 3년 전인 지난 2021년 12월말(1.76%)과 비교해 2.29%p 상승한 수치다.
다른 연령대(30대·1.98%, 40대·1.63%, 50대·1.86%)가 1%대의 연체율을 보이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같은 추세는 다른 인터넷은행에서도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8월말 기준 20대 이하 신용대출 연체율은 2.09%로 전체 연령대 평균(1.03%)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도 20대 이하 신용대출 연체율이 8월말 기준 1.75%로 2022년말(1.48%)보다 상승했다.
김현정 의원은 "인터넷은행의 간편한 대출 절차와 접근성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청년들이 과도한 대출을 쉽게 받게 해 심각한 금융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청년들이 무리하게 대출받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고, 금융당국은 금융 교육과 상담 서비스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년들이 이러한 금융 리스크에 빠진 원인 중 하나로 고금리 및 부진한 경기탓에 취업난이 가중되고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24만5천명 증가한 256만7천명 수준으로 20대는 이 기간 5만4천명가량 증가한 43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20대 '쉬었음' 증가는 기업 정기채용 감소 및 경력직 선호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청년 눈높이 맞춘 '금융교육' 확대
이같은 상황에 금융당국도 청년 금융교육 체계를 손보며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영끌·빚투로 인한 투자실패, 전세사기, 불법사금융 등으로 인한 금융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해당 금융교육이 꼭 필요한 재무적 의사결정 길목(첫 대출시, 첫집 계약시 등)에서 수요에 딱 맞는 맞춤형 교육컨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위는 청년층이 대출이나 투자시 유의하고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쇼츠, 인플루언서 영상 등 선호하는 수단으로 제공해 눈높이에 맞는 금융교육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6월 금융교육협의회에서 의결된 '청년 금융교육 캠페인 추진방안'에 따라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신촌369에서 금융교육에 관심 있는 청년 100명과 함께 '청년, 금융을 나답게'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토크콘서트 1부 순서는 ‘청년에게 꼭 필요한 금융습관’을 주제로 하는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슈카)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슈카는 청년도약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정책상품을 소개하고 지출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으며, 금융교육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금융위는 내년부터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금융과 경제생활’이 선택과목으로 추가(2026년 기준 고등학교 2학년 학생부터 학습가능)되므로 이를 많이 선택하고 공교육 내에서도 금융교육이 안착될 수 있도록 학생, 학교 등 수요자를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