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라이더. [사진=쿠팡이츠]](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19/art_17465836125547_7202cb.jpg)
【 청년일보 】 쿠팡이츠가 '중개이용료 절약형 요금제(이하 절약형 요금제)'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요금제 도입의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배달비 책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오는 6월~7월 중 절약형 요금제 출시를 예고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해당 요금제의 배달 중개 수수료(5.5%, 이하 배달 수수료)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운영을 위한 최소 수준의 필수 비용을 고려해 책정한 것"이라며 "자영업자분들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여 매장 운영을 지원하고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의 절약형 요금제는 모든 매장에 차등 없이 배달 수수료 5.5%를 일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기존 요금제에서는 쿠팡이츠와 자영업자가 배달비를 함께 지불했다면, 신설 요금제에선 자영업자가 이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쿠팡이츠는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비를 요금제 시행전 별도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각각 업계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는 지난해 11월 열린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라 '차등 수수료 상생안'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시행되는 차등 수수료 상생안은 매장 거래액을 기준으로 ▲배달 수수료 7.8%·배달비 2천400~3천400원(상위 35%) ▲배달 수수료 6.8%·배달비 2천100~3천100원(중위 35%~50%)을 부과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배달 수수료 6.8%·배달비 1천900~2천900원(중위 50%~80%) ▲배달 수수료 2.0%에 배달비 1천900~2천900원(하위 20%)을 부과한다.
쿠팡이츠 측은 이번 절약형 요금제 도입으로 7.8%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거래액 상위 35%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자영업자들은 쿠팡이츠의 절약형 요금제 출시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체적인 '배달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5.5%로 인하된 배달 수수료만으로는 요금제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쿠팡이츠의 절약형 요금제를 적용하면, 실제 소비자가 2만원어치에 해당하는 음식을 주문할 경우 자영업자는 쿠팡이츠 측에 1천700원(이하 모든 수치는 PG사 수수료 3.0% 포함)의 배달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만약 이 자영업자가 절약형 요금제의 주된 수요층으로 예상되는 거래액 상위 35%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기존 차등 수수료안에서는 배달 수수료 2천160원을 업체 측에 내야 한다.
단순 배달 수수료만 볼 경우, 쿠팡이츠의 절약형 요금제는 기존 차등 수수료안 대비 21.3%(460원)의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자영업자들은 여기에 배달 기사(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보면 절약형 요금제의 취지가 퇴색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차등 수수료안에 따르면, 이 자영업자는 배달 수수료 2천160원에 더해 최대 3천400원의 배달비를 쿠팡이츠와 절반씩 분담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금액(1천700원)을 합산할 경우 이 자영업자는 총 3천860원에 달하는 금액을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로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자영업자가 배달비를 전부 부담해야 하는 절약형 요금제에서 실질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 2천160원(3천860원-1천700원) 미만의 배달비가 책정돼야 한다. 기존 차등 수수료 상생안에서 자영업자가 부담할 전체 금액보다 절약형 요금제에서의 총 수수료 부담이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를 포함한 다수의 배달 플랫폼 이해관계자들은 2천160원 미만의 배달비가 책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쿠팡이츠는 배민과 달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비·거리 및 기상 할증 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 종사자들은 쿠팡이츠의 기본 배달비가 2천원~2천500원 사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가 절약형 요금제의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산되고 있는 기본 배달비의 최저 수준(2천원~2천160원)을 책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현재 라이더가 수령하고 있는 평균 건당 배달비가 3천원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배달비 책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이해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라이더 노조 측 관계자는 "배달 시 거리, 기상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 배달비가 2천160원 미만으로 책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장거리 배달 등을 넓게 보면 현재 배달비는 평균 5천원~6천원 수준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도 "이 요금제의 실질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영업자가 모두 부담하게 되는 배달비"라며 "쿠팡이츠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기본 배달비'만을 자영업자에게 부담시킬지, 기타 할증 비용까지 부담시킬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지만, 기본 배달비만 부담하게 하는 최선의 경우를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2천160원 미만의 금액은 도출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수치상으로는 기본 수수료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나타날 수 있지만, 현행 차등 수수료안보다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배달비 책정 기준을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도 "평균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배달비는 일반적으로 3천원 이상"이라며 "전체 수수료를 낮추는 듯이 말하면서도, 배달비를 자영업자에 모두 전가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기식 상생'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츠가 자영업자의 요금제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합리적 배달비 책정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플랫폼 업계에 정통한 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각 자영업자의 상황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 자체는 호평할 만한 부분"이라며서도 "다만, 절약형 요금제의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배달비 책정 기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라이더에게 배달비 부담을 모두 전가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보여주기식 상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열쇠는 쿠팡이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비스 공급자의 비윤리성이 느껴지는 요금제 명칭"이라며 "명칭만 보았을 때는 전체 수수료가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달비로 인해 자영업자의 실질적 부담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될 경우 절약형 요금제라는 명칭이 무색한 '눈 가리고 아웅식' 행보가 될 것"이라면서 "절약형 요금제라는 명칭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자영업자의 실질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쿠팡이츠는 작년 10월 진행된 8차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배달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입점업체에서 배달업체와 합의해 배달비를 결정하는 구조로 요금 체계를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재 도입을 예고한 절약형 요금제의 내용과 유사한 취지의 입장이다.
당시 다수의 입점업체 단체들은 배달 수수료가 낮아지더라도 배달비가 상승하면 결국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크게 반발했고, 쿠팡이츠의 제안은 무산됐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