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조류독감, 국내 여파는(下)] 대형마트·편의점, 당장은 '가격 이상무'…"사태 장기화시 인상 불가피"

등록 2025.05.23 08:00:01 수정 2025.05.23 08:00:08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브라질산 닭고기, 마트·편의점 닭강정 및 햄버거 제품 등서 사용
주요 유통업체 "재고 충분"…전문가 "대체 수입지도 안심 못해"

 

전 세계 닭고기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했다. 한국은 전체 수입 닭고기의 90% 가까이를 브라질에 의존해온 만큼, 이번 사태는 국내 식품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치킨 소비 대국'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을 살펴보고, 업계별 대응과 향후 전망을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치킨업계 엇갈린 운명"…브라질發 여파에 브랜드별 '희비'
(中) “단기 영향은 미미"…식품·급식업계, ‘선제 대응’ 모드 돌입
(下) 대형마트·편의점, 당장은 '가격 이상무'…"사태 장기화시 인상 불가피"

 

【 청년일보 】 국내 순살치킨, 햄버거 치킨 패티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통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다수의 주요 편의점 및 대형마트 업체들은 현시점에서는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체 수입육의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들은 최근 브라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로 인해 원육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닭고기 수출국으로,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약 100억달러어치의 닭고기를 수출했다. 이는 전 세계 닭고기 무역량의 약 35%에 달한다.

 

한국도 지난해 전체 닭고기 수입량의 86%, 소비량의 5분의 1을 브라질 산 닭고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서 조류독감이 확산되자 보건당국은 브라질 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 다른 주요 수입국인 유럽연합, 중국, 맥시코 등도 즉각적인 중단을 선언했다.

 

국내 양계육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울을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국내 유통이 막히자, 당장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 제품을 내놓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빨간불이 켜졌다.

 

먼저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현재 충분한 재고가 확보돼 있다면서도, 사태가 길어질 경우 닭고기 수입처 변경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CU에서는 현재 순살치킨, 닭강정, 치킨버거, 치킨불닭, 김밥 등 약 15종의 제품에 브라질산 닭고기가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각 공급처에서 약 두 달 분량의 재고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당장은 제품 운영에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태국산 등으로 공급처를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거래처에서 평소 대비 생산 감량, 신상품 출시 가능 여부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 인기 제품인 자체 브랜드(PB) 상품 ‘득템 시리즈 닭가슴살’은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브라질산 닭고기를 활용해 만쿠만구순살치킨, 양념 닭강정 등을 제조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 일정 기간 동안의 물량은 우선적으로 확보된 상황"이라면서도 "이후 시장 상황에 맞춰 필요시 대체 상품 운영 또는 태국산 닭고기로 변경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이마트24의 닭강정, 치킨버거, 치킨샌드위치, 도시락 등 약 18종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해당 상품들은 브라질산 대신 태국산으로 원재료를 변경하면서 가격 인상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GS25는 자사가 판매 중인 닭고기 제품에는 주로 국내산, 태국산 원육이 사용돼 큰 타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을 단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산지 변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현재 브라질산 냉동 계육은 순살치킨, 닭강정 등 약 5종에 사용되고 있다"며 "브라질산 단독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없으며 태국, 미국산 계육이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기적으로는 수개월치 물량이 비축돼 있어 원재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으며, 원가가 급격하게 인상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확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태국, 미국 등 대체산지 비중을 늘릴 예정이며, 현재 협력사와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인 상태"라고 귀띔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홈플러스에서는 '솥솥 닭강정'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시장 내 물량 이슈가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둔 상황으로 현재는 판매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표 델리 상품인 '당당치킨'은 국내산 냉장 계육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자사의 제품의 경우 대부분 국산 냉장 계육을 사용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롯데마트 측은 "현재 브라질산 닭고기를 델리코너 순살 치킨에만 사용하며 운영 상품수도 냉동순살, 냉장계육과 비교해 매우 적다"며 "브라질산 닭고기는 주로 순살 닭강정류에 사용되며, 대표 상품으로는 '갱엿순살닭강정'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가격 조정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며 "파트너사와 함께 다른 외국산(태국, 미국산)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간 내 관련 식품에 대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체 수입지의 닭고기 값 상승으로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며 "이번 사태로 주요 대형마트, 편의점 업체들은 곧바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영세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또 PB 상품을 제조 및 납품하는 중소 식품업체들의 피해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국이 현지 상황을 면밀히 살펴, 안 그래도 어려운 내수 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도록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쉽게 대체 수입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유통업계의 우수한 냉장 및 냉동 시스템 덕분에 상당한 물량이 확보돼 있어 당장의 피해는 예상되지 않는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태국 등 대체 수입지가 각광받겠지만, 그만큼 수요가 높아져 닭고기 자체가 사용된 제품들의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알려진 지역 외에도 닭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적절한 국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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