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할랄 제품. [사진=농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3343006549_4a989d.jpg)
【 청년일보 】 글로벌 할랄(Halal)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이 현지 인증 및 유통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투워즈FNB(Towards FnB)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할랄 식품의 시장규모는 약 2조9천900억달러(약 4천273조원)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9% 성장세를 이어가며 10년 후인 오는 2034년에는 6조4천900억달러(약 9천272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할랄'은 '허용된다'는 뜻의 아랍어로,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식품의 경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가공·유통된 제품에만 인증이 부여된다.
이에 국내 식품기업들도 이슬람 국가들이 많이 분포한 동남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할랄 인증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라면도 '할랄 시대'…삼양식품·농심·오뚜기, 할랄 인증 제품군 확대
먼저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 농심, 오뚜기가 각각 '불닭볶음면', '신라면', '진라면'을 앞세워 동남아와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4년 한국이슬람중앙회(KMF) 할랄 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울라마위원회(MUI) 인증을 획득했다.
MUI 인증은 성분표·제조공정·유통 과정까지 모두 심사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삼양식품은 2016년 10월부터 약 1년간 심사를 진행해 2017년 9월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 인증을 기반으로 삼양식품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특히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와 인구의 90% 가량이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매운맛, 면 제품에 익숙한 현지인들의 식문화와 함께 할랄인증을 받은 식품이라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21년에는 아랍에미리트 현지 유통업체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는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신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동지역의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판매지역과 유통채널을 꾸준히 넓혀갈 예정"이며, "라면뿐만 아니라 소스 등으로 인증 품목을 다양화하고, 무슬림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할랄 제품을 선보여 할랄식품시장에서 삼양식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2011년부터 부산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할랄 전용 라인으로 구축해 할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1년 신라면을 시작으로 할랄 인증을 받기 시작해, 이후 본격적인 할랄 제품 운영 확대에 나섰다. 농심은 기존 제품의 맛과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할랄 기준에 맞지 않는 일부 동물성 성분을 대체하고, 할랄 기준에 부합하는 도축 과정을 거친 원료를 사용하는 등 일부 원재료를 변경했다.
현재 농심은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대표 제품을 포함해 총 46개의 라면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으며,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40여 개국에서 할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앞으로도 할랄 인증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할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며 "중동과 동남아 지역을 넘어, 할랄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대표 브랜드 '진라면'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할랄 인증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진라면'이 동남아 지역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진 글로벌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으로, 내부적으로는 진라면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SPC그룹, 말레이시아 조호르에 할랄 생산 허브 구축
SPC그룹은 세계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허브 구축에 나서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조호르(Johor)주 누사자야 테크파크(Nusajaya Tech Park)에 제빵공장을 준공하고 2조5천억달러(3천570조) 규모의 할랄 식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6개국에 진출했으며, 태국·브루나이·라오스 등 3개국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또한 중동 국가 진출도 추진 중이다.
조호르 생산센터는 연면적 1만2천900㎡ 규모로, 7개의 생산라인을 통해 하루 최대 30만개(연간 최대 1억개)의 베이커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당초 계획의 두 배인 약 800억원을 투자해 첨단 자동화 설비와 안전 시설을 갖췄다.
SPC는 조호르 생산센터를 통해 동남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할랄 인증 제품을 공급하고, 향후 북미·유럽·아프리카 등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계열사 SPC삼립의 수출용 할랄 인증 제품 생산도 추진 중이다.
SPC삼립은 내년 3월 중 아세안(ASEAN) 법인을 설립하고, 조호르 생산센터를 통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해당 법인은 한국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아세안 지역에 판매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휴면반죽을 카페, 호텔 및 대형 유통처에 공급하고, 각국의 환경과 트렌드에 맞는 B2C 상품 기획을 통해 현지 리테일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수출용 밀키스 3종(오리지널, 딸기, 멜론). [사진=롯데칠성음료]](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3363688525_cc3500.jpg)
◆ 롯데칠성음료, 밀키스로 인도네시아 공략 본격화
음료업계도 할랄 시장 공략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유성 탄산음료 '밀키스'를 앞세워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인도네시아 최대 편의점 체인 '인도마렛(Indomaret)'에 밀키스를 입점시키며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다. 인도마렛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2만3천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약 5천종 이상의 제품을 취급하는 현지 대표적인 유통채널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월 중순 인도마렛 입점을 시작해 8월부터 판매 매장을 본격 확대했다. 현재 인도마렛에서는 밀키스 오리지널, 딸기, 멜론 등 3종이 판매 중이다.
현지 소비자 친화 전략의 일환으로 상품 패키지를 영어 표기에서 인도네시아어로 리뉴얼했으며,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과 한국이슬람교(KMF)를 통해 할랄 인증도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내 로손(LAWSON), 패밀리마트(Family Mart)에도 제품을 입점시켰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올해 7월까지 롯데칠성의 밀키스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남아 전체 수출액도 124% 증가했다.
롯데칠성은 유통망 확충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도마렛 매장에서 밀키스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한 퀴즈 및 인증샷 이벤트 등 소비자 참여형 캠페인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인도마렛과 인도네시아 편의점 시장을 양분하는 체인 업체인 '알파마트' 입점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밀키스는 유성 탄산음료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현지 시장에 새로움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마렛 입점을 기점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밀키스를 K-음료의 대표 제품으로 키워 가겠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