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규제 강화 '직격탄'...저축은행, 유가증권 투자 확대 ‘급선회’

등록 2025.12.30 08:00:09 수정 2025.12.30 08:00:20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대출 규제·부동산 침체 속 수익 다변화…채권·주식 투자 확대
PF 위축에 투자 전략 전환, 정상화 펀드 편입도 한몫
대출 수익성 하락에 위험자산 비중 늘리며 새 리스크 부각

 

【 청년일보 】 올해 들어 저축은행 업권의 유가증권 보유 규모가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중심의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자기자본을 활용한 유가증권 투자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30일 저축은행중앙회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곳의 유가증권 잔액은 12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8조9,000억 원) 대비 40.5% 늘어난 규모다. 2022년 말 6조7,000억 원에서 2023년 말 8조2,000억 원으로 22.4%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증가율(8.5%)과 비교해도 올해 상승 폭은 유독 크다.


개별 은행별로는 애큐온저축은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잔액은 지난해 말 1,986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9,975억 원으로 400% 이상 급증했다. 신한저축은행(92.5%), 웰컴저축은행(62.5%), 하나저축은행(48.4%), DB저축은행(31.1%) 등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OK저축은행이 2조79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애큐온저축은행(9,975억 원), SBI저축은행(8,402억 원), 웰컴저축은행(7,400억 원), 한국투자저축은행(6,12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대출 영업 환경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대비 1배수 이내로 축소되며 대출 취급 여력이 크게 줄었고,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과 규제 강화로 기업 대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위축된 상황이다.


대출 수익성이 낮아지자 저축은행들은 채권과 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 선을 넘어서며 증시가 강세를 보인 점도 주식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부실 정리를 위한 정상화 펀드 역시 유가증권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들이 대출채권을 정상화 펀드에 매각한 뒤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해당 지분이 유가증권으로 인식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정상화 펀드 관련 유가증권이 전체의 약 20% 수준인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유가증권 비중 확대가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 변동성 확대 시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저축은행 대출채권 수익률이 가계 중금리는 약 16%, 기업은 6~7% 수준”이라며 “이를 웃도는 수익을 내기 위해 국공채 같은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상화 펀드에 편입된 사업장 상당수가 브릿지론이거나 지방 소재인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부동산 경기 흐름에 따라 관련 유가증권이 손실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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