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원화 약세와 국내 주식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기금운용 전략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연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자산배분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민 노후자금이라는 기금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6일 올해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기금 운용 전략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주식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전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 위한 회의로 전해졌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관계부처 공무원과 사용자·근로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등이 참여한다. 통상 매년 2∼3월 전년도 결산을 중심으로 1차 회의가 열리지만, 결산이 마무리되기 전인 1월에 회의를 소집한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연초부터 기금위 회의가 열리는 배경에는 국내 주식 비중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과 환 헤지 전략을 동시에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금운용위가 정한 2026년 말 기준 자산배분 목표에 따르면 국내 주식 비중은 14.4%다. 다만 전략적 자산배분(SAA) ±3%포인트, 전술적 자산배분(TAA) ±2%포인트 범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해 국내 주식 비중은 최대 19.4%까지 허용된다.
문제는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7.9%로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이후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현재 비중은 허용 범위 상단에 근접했거나 이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국민연금이 자산배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주식시장 흐름과 기금 수익률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금위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국민연금 업무보고에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과 함께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최근 국내 주가 상승으로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미뤄지고, 국내 주식 보유 한도도 초과했다고 들었다"며 "국내 주식 배분 비중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25년 들어 국내 증시 수익률이 유독 높아 보유 한도를 넘었다"며 "내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투자 지침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환시장 상황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 후반에서 좀처럼 하락하지 않으면서 환 변동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기금운용위는 전략적 환 헤지를 보다 유연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협의체를 구성했고, 복지부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위임 범위 내에서 환 헤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금 운용의 대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위험 자산을 대폭 늘린 것이 아니라 기존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위험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 수익을 내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전체 시장 환경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주인이 있는 돈’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불확실한 환율 방어나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기금을 동원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