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하나금융그룹 안팎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앞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절 유사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 회장 역시 동일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2018년 첫 기소 이후 약 8년 만이자, 2023년 11월 항소심 선고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공채 과정에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아울러 2015~2016년 공채를 앞두고 남녀 채용 비율을 4대 1 수준으로 유지해 남성 지원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선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의 발언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위력적인 지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23년 11월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는 당시 함 회장의 행위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와 경영 연속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죄가 확정될 경우 함 회장은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이어 주요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 남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함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반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즉각적인 비상 경영승계 절차가 가동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이사회 중심의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하나금융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이사회는 사내이사 중 선임일, 직급, 연령 등을 고려해 회장 직무대행을 선임하고, 7영업일 이내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소집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비상 경영승계 계획상 회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0일 이내에 신임 최고경영자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참여 등 핵심 신사업 역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이 무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선례가 있다. 대법원은 2022년 조 전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하며, 최고경영자의 단순 추천과 형사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당시 대법원은 “추천된 지원자가 기본적인 채용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단순한 인적 사항 전달만으로는 인사부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실무진의 점수 조작이나 구체적 부정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취지다.
함 회장 사건 역시 1심에서는 이와 유사한 논리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지만, 항소심은 발언의 형식보다 발언이 나온 위치와 영향력에 주목해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와의 형평성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결론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향후 회장 체제 유지 여부와 비상승계 전환 문제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