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경영성과급이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노사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법원이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린다.
산업계에 따르면 판결 결과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퇴직금이 자그마치 수억 원대까지 폭증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의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산업계 안팎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9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이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전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의 최종 결론을 내린다.
쟁점의 핵심은 경영 성과에 따라 가변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다.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간 근로자가 실제로 받은 임금(일당)을 뜻하며, 1년 근속마다 30일치 평균임금이 퇴직금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고액의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돼 퇴직금 산정 기준에 산입될 경우, 장기 근속자가 많은 대기업 중심으로 퇴직금 총액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간 경영계는 성과급이 실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급되는 '격려금' 성격이 강해 고정적인 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성과급이 정기적·지속적으로 지급돼 왔고 산정 기준도 사전에 정해져 있다면 임금과 다를 바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번 논란의 불씨는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법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처럼 사법부가 공공기관 성과급의 임금성을 공식화하자, 이후 민간 대기업으로도 유사한 취지의 소송이 급격히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를 기점으로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현대해상 등 업종을 불문한 주요 대기업들이 줄소송에 휘말렸다.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서는 1·2심 모두 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하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현대해상과 한국유리공업 사건에서는 근로자 측의 승소를 선고했다.
이처럼 하급심 판결이 사업장별로 엇갈리며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만큼, 이번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성과급을 일률적인 고정 임금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성과급의 임금성이 인정될 경우 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 오히려 근로자 간의 처우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성과급은 경영 성과에 따라 가변적으로 지급되기에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고, 업종이나 기업 간의 격차도 매우 크다"면서 "만약 이를 임금으로 인정해 퇴직금 산정 기준에 포함시킨다면, 기업들은 향후 성과급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직장 간 처우의 양극화가 퇴직금 문제로까지 번질 경우, 성과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좋은 직장과 그렇지 못한 직장 사이의 우열이 극심해지면서 자칫 사회적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을 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부풀리는 것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격"이라면서 "결국 기업들은 늘어난 인건비에 대응해 성과급 제도 자체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자기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