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봉투 충분하다" 발언에도…'사재기'에 소비자·점주들 '곤혹'

등록 2026.04.01 08:00:04 수정 2026.04.01 08:00:13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중동전쟁에 '종량제 쓰레기봉투 대란' 확산…공급 충분에도 사재기로 재고 바닥
일부 소비자 대량 구매에 '판매 제한' 고육지책…점주·일반 소비자 불편 가중
전문가 "사재기, 시장 불안·가격 왜곡 초래"…"강력 제재 및 투명한 정보 공개 필요"

 

【 청년일보 】 "종량제 쓰레기봉투 한 묶음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오늘도 낱개로 겨우 몇 장 구했을 뿐입니다."

 

31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려던 한 40대 소비자는 이와 같이 토로했다.

 

그는 이날 10L 단위의 종량제 쓰레기봉투 한 묶음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 수곳을 방문했지만, 모든 매장에서 재고가 바닥 나 있어 이를 구매할 수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이 약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전쟁의 여파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로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한편, 원유 가공 과정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원료를 활용하는 생산품의 가격이 뛰거나 생산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종량제 쓰레기봉투다. 비닐봉투 생산에는 원유 정제 시 생산되는 나프타가 필요하다. 비닐봉투의 원료인 폴리에틸렌(PE) 생산에 나프타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장관은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웠다"면서 "집에 쓰레기를 쌓아둘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도 없을 것"이라면서 "봉투 가격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해 공장에서 임의로 올릴 수 없다"고 발언하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대란' 우려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실제 기후부 조사 결과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54%가 6개월 치 종량제 봉투를 보유하고 있는 등 지자체 보유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종량제 봉투 18억3천 매를 만들 수 있는 재생원료(PE)도 재활용 업체들이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매점 현장에서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재고 소진 문제가 공급 물량 부족이 아닌 일부 손님들의 지나친 사재기로 인해 발생하고 있었다.

 

실제 이날 지역 슈퍼·편의점·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 등 주요 판매처에서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재고를 대부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이와 같은 현상이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입고 부족보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사재기 현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지역 슈퍼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저번 주부터 종량제 쓰레기봉투 재고가 넉넉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준비된 물량도 매장을 오픈하고 1~2시간 내에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원활한 판매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일 준비되고 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물량 자체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며 "매장을 찾는 일부 손님들이 사재기를 하듯 한 번에 대량으로 이를 구매해 재고가 동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지역에서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도 "종량제 쓰레기봉투 입고가 종전보다 원활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고가 아예 없을 만큼 부족하게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최근에는 입고 시간을 알아낸 뒤 매장을 찾아 곧바로 이를 '싹쓸이'해 가는 손님들이 늘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떤 손님들은 사재기 행위를 피하고자 가족 등 여러 명을 동원해 따로따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여러 개 구매해 결과적으로 한 가정이 10여 묶음 이상을 구매해 가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판매자 입장에서 이와 같은 수법을 확인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자 일부 점포에서는 사재기 손님을 방지하기 위한 자체적인 고육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한 소매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이른바 '얌체 손님'이 지나치게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처음에는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손님 1명당 1묶음에 한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판매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곧 이런 방법을 우회하는 손님들이 많아져 이제는 묶음 단위로 판매하지 않고 구매한 상품을 담아가는 데 사용하도록 개별 봉투만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손님들은 이런 판매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소수의 극성 손님 때문에 일상적으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려는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지 못하는 경우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며 "한동안 재고가 충분할 때까지 더 많은 방식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SSM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낱개 단위 판매로 사재기 손님을 자체적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매장에 대한 평판 등의 문제로 이러한 방식이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나 법적 제재 조치를 명확히 해 원천적으로 이런 손님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준비된 물량이 충분하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 판매 현장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부적절한 소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당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계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재기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현재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재고 상황에 대해 투명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태 종식까지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같은 필수 공공재 성격의 상품에서 사재기가 발생할 경우,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시장 전반의 가격 왜곡과 불안 심리를 동시에 자극하게 된다"며 "특정 소비자의 과도한 선점 행위는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정상적인 구매 기회를 제한하고, 불필요한 추가 수요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유통 채널에서도 재고 관리 부담이 커지고,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신뢰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과도한 구매 행위에 대해 일정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전달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지속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정보의 불확실성이 사재기를 촉발하는 핵심 요인인 만큼 정부의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재기는 단기적으로 개인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수단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수급 불안을 증폭시키는 대표적인 비효율적 소비 행태"라며 "특히 생활 필수품의 경우 일부 소비자의 과잉 구매가 곧바로 품절과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전체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형태로 돌아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유통업체 역시 물량 배분과 가격 정책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정상적인 소비 환경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구매 제한이나 모니터링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정부가 재고 상황과 공급 계획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소비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확한 정보 제공이야말로 사재기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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