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따른 배달음식과 간편식이 소비가 늘자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급증한 가운데, 기업의 주요한 가치로 '환경' 문제가 재차 부각되면서 유통업계가 친환경화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팔을 걷고 나섰다.
특히, 제품 패키징에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양을 축소 또는 재활용화한 다양한 패키지 업그레이드 방안을 선보이고 나서 유통업계에 '녹색바람'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 유가 폭락에 플라스틱 재료 값 '뚝'…폐플라스틱 '골머리'
환경부 및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폐기물에는 ▲생활폐기물 ▲사업장일반폐기물(사업장생활계, 사업장배출시설계)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의료 포함)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2018년 기준 전체 생활계폐기물(56,035톤/일) 중 '플라스틱류'는 6,375톤으로 11.4%를 차지하며, 전년 5,852톤 대비 8.9% 증가했다. 여기서 '플라스틱류'는 종량제방식에 의한 혼합배출 및 재활용 가능자원 분리배출의 플라스틱류 합계다.
올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배달 주문 등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데 따라 '플라스틱류' 폐기물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제적으로는 유가 폭락 때문에 플라스틱 재료 가격이 크게 떨어져 미국, 유럽 업체들이 한국으로부터 폐플라스틱을 사들여 재활용할 필요가 사라졌다. 국내 자원순환센터 처지에서 볼 때 들어오는 폐플라스틱은 늘어나는데 나가지는 않는 셈이다.
이에 환경부가 지난달 폐플라스틱 1만t을 공공비축하기로 하고 다른 업계에도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에 유통업계가 플라스틱 최소화에 이어 무(無)라벨·친환경 포장재 사용 등 '구원투수'로 나섰다.
◆ 유통업계, 구원투수…친환경화 앞장 '종이 리드 교체·無라벨' 상품 출시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이달 9일 지난 25년 간 국민 막걸리로 사랑받아 온 '장수 생막걸리'를 기존 녹색 페트병에서 재활용에 용이한 친환경 무색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장수 생막걸리'의 전면 리뉴얼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앞장선 것으로 막걸리 업계에서는 최초로 진행됐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충북 진천 제조장은 물론, 서울 내 제조장 7곳(영등포·구로·강동·서부·도봉·성동·태능)등 '장수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모든 제조장에서 기존 녹색병에서 무색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한다.
이어 맥도날드는 플라스틱 없는 '맥플러리' 용기 도입 후 1년간 약 14t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을 저감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아이스크림 디저트 메뉴인 맥플러리의 플라스틱 리드(컵 뚜껑)를 없애고 종이 리드 형태의 신규 용기로 업그레이드했다.
맥도날드는 또 2021년까지 자사 배달주문 서비스 '맥 딜리버리' 차량을 무공해 친환경 전기바이크로 100% 교체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937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저감되고, 소나무 8만7000 그루를 심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또한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백설 고급유' 패키지를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리뉴얼했다. 백설 고급유는 ▲카놀라유 ▲올리브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요리유 ▲바삭한 요리유 등 6종으로 구성됐다.
이번 리뉴얼은 '재활용성'과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기존 유색 페트(PET)병을 투명한 색으로 변경했다. 페트병에 라벨을 붙인 채로 분리 배출해도 재활용 공정에서 쉽게 물로 분리가 가능하도록 제품 라벨을 '수분리성 점착제'로 붙여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했다.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 뚜껑과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10% 가량 저감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11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500ml 생수병 약 1,110만개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5일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무(無)라벨 생수인 '아이시스8.0 ECO'의 인기에 힘입어 '아이시스 ECO' 500mL 및 2L를 출시하며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아이시스8.0 ECO는 지난 1월 국내 생수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무라벨 생수로, 라벨 사용량과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은 줄이고 분리배출 편의성과 페트병 재활용률은 높인 친환경 생수다. 아이시스 ECO 500mL 및 2L는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을 페트병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 넣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생수 3종의 판매처 확대 및 영업, 마케팅 강화를 통해 올해 약 180만 상자를 판매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라벨 포장재 약 1430만장, 무게 환산 시 약 9톤의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을 저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절감될 라벨을 가로로 이어 붙이면 총 4,120km로(1.5 및 2L 32.9cm, 500mL 21.1cm 기준) 이는 직선거리 약 325km인 서울에서 부산 사이를 12번(왕복 6번) 오갈 수 있는 길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마시고 분리수거함에 버리기만 해도 필(必)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의 제품군 확대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라벨 생수뿐만 아니라 음료에도 재활용 공정에서 인쇄층이 분리되는 에코 라벨 도입 등 친환경을 위한 포장재 개선 활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롭게 적용되는 분리배출 제도에 발맞춰 유통업계의 이같은 변화가 소비자들의 재활용 실천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친환경 경영은 고객들에게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할 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는 세계인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노하우를 찾아 공유해 플라스틱 제품이 가급적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업계는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과 비닐을 나눠 배출하는 것이 강조되면서 재활용 향상을 위해 라벨을 이지 오픈 방식을 적용하고 페트병 경량화에 나섰다"며 "상단에 접착제를 도포하지 않아 해당 부분을 잡고 뜯으면 라벨 제거가 쉽고 보다 편리하게 재활용 분리를 할 수 있어 편리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