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사건을 감금폭행건으로 '물타기(?)'한 경동건설...유족들, 재판일정 돌연 연기에 '당혹'

등록 2021.01.14 07:00:00 수정 2021.01.14 11:04:05
이승구 기자 hibou5124@youthdaily.co.kr

2019년 10월 부산 소재 경동건설 신축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노동자 추락사망 사고 발생
고(故) 정순규씨 유족들 안전시설 미흡 등 원인규명 주장...경동건설측 "안전 시설" 확보
양측간 갈등 고조 속 법정공방 전개...유족들 "재판일정 하루 앞두고 연기" 당혹감에 의구심
“법원, 코로나 영향 등 잇따라 재판일정 연기…경동건설 하청업체측 '감금폭행' 고소 공방전
유족측 "지난해 무혐의 처분 불구 항고 등 이슈화"...소송 장기화 하기 위한 '물타기' 의구심
고 정순규씨 아들 "법원의 갑작스런 재판일정 연기에 당혹"...기업 로비 영향 아닌지도 '우려'
경동건설측 “유족측의 의혹제기는 말도 안 돼…재판 연기 등 로비로 가능한가” 되레 반박

 

【 청년일보 】법원이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돌연 예정됐던 선고일을 취소, 연기되면서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경동건설 하청업체가 유족이 회사 관계자를 감금‧폭행‧협박했다며 고소한 일과 무관치 않다는 게 유족측의 주장이다. 특히 해당 사건은 지난해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경동건설 하청업체가 항고하면서 부산고등검찰청이 재조사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재판이 연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일정이 연기되는 일이 적지 않지만, 해당 사건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중대재해법 적용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족들은 한시가 급한 사안인데 법원이 재판일정을 연기한 것을 두고 경동건설측에 다소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 법원, 선고일 하루 전 갑자기 연기…재판 일정 다시 잡아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경동건설의 아파트 신축공사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故)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 등 유족은 지난 12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으로부터 13일 예정돼 있던 1심 재판일정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새로 ‘변론재개 속행'으로 오는 3월 3일 재판일정이 새로 잡혔다는 통보도 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일정 변경 통보를 받은 유족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망 사고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부산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아들 정석채씨는 이번 법원의 재판일정 연기에 대해 경동건설측이 사법당국에 유리한 일정으로 재판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로비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씨는 이번 법원 일정 변경에 대해 “경동건설 하청업체가 고소한 유족들의 ‘감금‧폭행‧협박’건에 대해 부산고검의 재기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지난해 7월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아버지 고(故) 정순규 씨는 2019년 10월30일 오후 1시경 경동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남구 문현동 소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의 노동자로 일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고 정순규 씨는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 올라 옹벽에 박힌 철심 제거작업을 하던 도중 추락했다. 그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와 목을 심하게 다쳐 끝내 사망했다. 당시 그는 안전모를 착용했으나, 두개골 골절로 인한 산소공급 부족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 숨졌다.

 

하지만 경동건설과 유족측은 사건원인 규명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더욱이 경동건설 대표이사는 병문안은물론 사망 후에도 조문도 하지 않는 등 무책임함으로 일관했다는 게 유족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당시 빈소를 방문했던 경동건설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유족의 울분에 대해 되레 “우리가 죽였느냐”는 등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격분한 고 정순규 씨의 처남 A씨사 분개한 나머지 회사 관계자의 뒤통수를 치는 한편 정씨의 친구는 휴지곽을 바닥에 내던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를 두고 경동건설 하청업체측은 유족을 상대로 감금‧폭행‧협박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아울러 유가족이 폭력배를 동원해 2억원 위로금을 주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7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경동건설측 ‘감금‧폭행‧협박’ 무혐의 불구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별건에 '2라운드 법적공방' 비화

 

정씨는 이번 법원의 재판 일정 변경은 경동건설 하청업체가 유족들의 상대로 낸 ‘감금‧폭행‧협박’에 대한 고소건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1차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경동건설 하청업체측이 항고에 나서는 등 재판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정씨는 “경동건설과 하청업체는 유족들에게 지속적으로 혐의를 뒤집어 씌워 이에 대한 재수사와 진술조사를 이어가는 등 결국 유족들을 지치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라며 “만약 해당 사안에 대해 무혐의나 기소유예가 나온다면 그들은 제정신청을 해서 형사재판까지 끌고 나가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통해 유족들의 친척과 친구 등에게 빌미를 잡아 법정에 세워 벌금 처벌을 받게 하는 등 아버지 형사재판에 유리한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필체를 조작, 사문서 조작도 서슴치 않는 자들인 만큼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씨는 사법당국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정씨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이 사건에 대해 부담을 느껴 기존의 사건 담당이었던 판사가 아닌 새로운 판사에게 사건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재판이 잡힌 날짜 전날에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볼때 경동건설에게 유리한 판사가 배정될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서 경동건설측 변호사에게 ‘석명준비명령’을 발송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석명준비명령은 법원에서 소장이나 답변서 등의 자료에 대해 입증할 증거를 제출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명령으로, 보통 민사재판에서 이뤄지며, 형사재판에선 1% 가량에 해당하는 극히 드문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법원이 코로나19로 계속 선고일을 연기해서 그 사이 유족의 감금‧폭행‧협박 사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음에도 이번에 갑작스럽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선고일을 취소하고 재판을 연기한 것은 법원이 경동건설을 비호하거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재기수사가 떨어진 부산고검에서 당시 장례식 상황을 취재한 모 방송사 대한 진술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법원이 아버지의 형사재판에서 경동건설에게 유리하도록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경동건설, "사법당국 판단을 로비로 가능?...유족측 주장 일축”

 

이에 대해 경동건설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일개 기업의 로비 등으로 재판 일정을 변경한다는 것이 가능하냐는 주장이다.

 

경동건설 관계자는 “1심 선고일에 출석하려고 했는데, 다시 심의가 연기됐다고 변호사를 통해서 들었다”면서 “유족들이 주장하는 ‘감금‧폭행‧협박’에 대한 재기수사와 관련됐다는 것은 아는 바 없다. 하청업체가 신청했는지 모르겠지만 경동건설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재판 일정 변경에 대해 ‘법원이 경동건설을 비호한다’는 유족 측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라며 “일개 기업이 법원에 로비를 한다고 해서 재판 연기는 물론 재판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정씨의 사망사고에 대해서 일부 미흡한 부분도 있겠지만, ‘안전조치를 충분히 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일 뿐"이라며 "수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요청해 인터뷰를 했으나,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않고 악의적으로만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재판 일정이 변경된데 대해 종종 발생하는 사안이라는게 중론이다.

 

박세원 변호사는 “재판절차가 종료됐음에도 다시 변론을 재개해 심리하는 것은 사실관계나 증거, 법리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해 추가적인 심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서 “변론 종결 후 변론을 재개해 재판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이따금씩 발생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원의 ‘석명준비명령’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미 무혐의 처리된 유족들의 ‘감금‧폭행‧협박’ 고소와 관련 경동건설 하청업체가 재기수사를 요청한 건에 대해서는 재기 수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건에 대해서는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불복의사를 내비칠 수 있으며, 항고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기수사명령을 내리게 된다”면서 "법률에서 정하지 않는 절차로 재기수사명령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측간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경우 예상외로 수년이 걸리는 등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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