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 출마 선언] 네거티브 돌파와 정치 참여 이유 디테일한 설득이 과제

등록 2021.06.29 16:55:35 수정 2021.06.29 17:01:18
정구영 기자 e900689@youthdaily.co.kr

처가 둘러싼 의혹, 사법 리스크 작용 가능성···비판 프레임 넘어서야
정권교체 '조타수' 능력과 자질 검증 물론 정치 직행 국민 납득해야

 

【 청년일보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118일 만에 정치 참여의 길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사퇴를 선언했다. 법률로 보장된 검찰총장 임기를 142일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며 정부·여당과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조국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수사 지휘권 발동, 징계 청구 등에 나서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이 기폭제가 돼 사퇴에 이른다. 

 

검찰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 3월 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28.3%를 얻어 22.4%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단숨에 1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윤석열 정치'가 발진한 셈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현직 시절 탁월한 특수부 검사로 활약했다. 달리 말해 정책 역량과 국정운영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없었다는 얘기다. 오랜 의정 활동이나 행정 경험을 갖춘 여야 경쟁 주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 약점으로 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석열 전 총장도 이를 의식한 듯 사퇴 이후 최근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스터디'를 해왔다. 노동·외교·안보·경제 분야의 전문가와 면담하고,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하거나 스타트업 청년 창업가들과 만나는 등 '대선 수업'을 해온 것이다.
 

서너 달의 짧은 시간에 국정 현안 전반에 혜안을 갖기는 어렵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현장 밀착형 민생 탐방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더 고심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다.

당장은 '윤석열 X파일'로 대변되는 여권의 비판 프레임, 즉 네거티브를 돌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동안의 잠행과 전언정치의 베일을 벗고 '검증의 시간'에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처가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부인과 장모 등 처가와 관련한 의혹은 법치와 정의를 강조해온 윤석열 전 총장에 흠집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한 혐의 등으로 이달 초 입건됐다. 공수처는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서는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부인과 장모의 경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만 서너 건에 달한다. 부인 김모씨의 경우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의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등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장모 최모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통장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다.

 

이 가운데 최모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1심 재판은 다음달 2일 선고된다.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여권은 물론 윤석열 전 총장을 견제하는 야권 인사들의 집중포화도 쏟아질 공산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공학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전 총장은 52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의 대부분은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라고 응수하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쪽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에 대해 언급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5월 29일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의 금낭묘계(锦囊妙计)에 빗대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와 같이 활동하는데, 윤 전 총장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윤 전 총장 쪽에 비단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5월 31일에는 CBS라디오에 함께 출연한 현근택 변호사가 "세 가지 (해법) 중에는 모방계가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가 있다.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현 변호사가 기본적으로 첫 번째에 있어서는 약간 비슷한 말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과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것조차도 의혹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전 총장의 이날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서도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가 담겨 있고, 젊은 세대가 배척하는 애매모호한 화법이 아니라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화법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 국민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의 언급처럼 대선주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생각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여부다. 특히 다음 대선의 스윙보터로 등장할 2030세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가 대선 풍향계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날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시대정신인 '공정'을 짚은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 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을 거론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을 제대로 짚은 셈이다.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도 253일이 남았다. 그동안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국민의 주목도가 높았던 것은 문재인 정권의 '찍어내기'에 버텼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선 것이 주요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정치 참여의 이유로는 디테일한 설득이 부족하다.

 

'링' 위에 오른 윤석열 전 총장에게 네거티브는 상수(常數)다. 각종 의혹과 비판을 돌파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면 야권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중심으로 하는 플랜 B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출마 선언 이후 1주일이 '운명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최재형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감사를 두고 절차적 불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여권의 공격 대상이 됐고, 야권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 부총리였다. 하지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대립을 보이다가 물러났다. 야권 대선주자로 나설 공산이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제 전직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게 됐다. 일차적으로 정치공작을 포함해 끊임없이 이어질 네거티브를 돌파해야 한다. 정권교체라는 험난한 바다를 헤쳐나갈 '조타수'로서의 능력과 자질도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검찰총장에서 정치로 직행한 이유, 즉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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