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 경제주체들과의 연이은 만남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올해 국정목표를 가시적 경제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관련 행보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무드'가 어느 정도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는 판단 아래, 앞서 남북·북미관계 등 외교·안보상황에 힘을 쏟으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제상황을 챙겨 3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지역별 방문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에 나섰던 것에 이어 신년 들어 경제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통상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져온 신년회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 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은 물론 삼성·현대차·SK·LG까지 4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졌다.
3일에는 서울 중구 소재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찾아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격려하는 현장행보에 나섰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새해 첫 현장행보에 대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력을 현장에서 챙기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의 일정은 줄줄이 '경제주체들과의 만남'으로 계획돼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벤처기업 등을 중심으로 관련 인사 약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또 이달 중순쯤 대기업, 중견기업, 지방상의회장단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타운홀미팅 형식의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기는 15일께,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적으로 초청 명단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확한 날짜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올해와 같은 날(1월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신년회를 가진 바 있다. 또 다음날(3일) 새해 첫 현장일정에 나서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쇄빙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현장을 방문, 관계자들로부터 조선산업에 대한 현황보고를 받고 쇄빙선을 살폈다. 올해 신년행보와 비교해봤을 때 큰 틀은 대동소이한 셈이다.
다만 새해 첫 현장행보를 기업활력에 방점을 둔 혁신성장 기조와 연관된 스타트업 일정을 잡았다는 건 특이할 점이다.
경제주체들과의 만남을 이전보다 바짝 앞당긴 점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달쯤 됐던 2017년 7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 등 14대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 일정 그룹으로 나누어 호프(1차)·칵테일(2차)타임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때 오뚜기가 중견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초청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작년엔 소위 총수 등 대기업과의 만남은 1월2일 신년회로 갈음하고 1월16일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창업·벤처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렇게 보면 올해 문 대통령의 경제주체 신년만남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선후관계가 바뀐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에 방점을 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현재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데 대한 달래기 차원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전날(2일) 신년사에서 중기중앙회에서 신년회를 가진 배경에 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특히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를 통해 '오늘이 행복한 나라'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체감형 포용 성장'을 강조했다면, 오는 15일께 '타운홀 미팅'을 통해서는 경제주체와의 양방향 소통을 하며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현장의 고충을 직접 청취한다는 구상이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정부 주요인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은 작년 연말 김 부의장 주선으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사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김 실장과 김 부의장은 이날(3일) 점심에도 기업인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물론 김 실장 등 청와대 주요인사들의 경제행보는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