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과 관련 검찰의 권력 수사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發露)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마저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 방지 방안이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여부 논의는 7월로 미뤘다.
참여연대는 "검찰개혁 관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논의될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제도·기관을 포괄하는 대단히 복잡한 영역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도 피의자 구속을 청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한테 영장을 신청해서 구속을 할 수 있다"면서 "사법경찰관만 주체가 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피의자 구속은 누가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후 검경 간 협조체계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안착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고,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도 논평을 통해 검수완박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안 처리에 앞서 경찰의 수사 역량 점검, 경찰 통제 장치 확보, 사건관계인 의견 청취 등이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불송치 되거나, 고소사건이 사소하다고 판단될 경우 장기간 방치되는 문제, 복잡한 경제범죄 사건의 경우 수사 역량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현재의 수사권 조정도 충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긴다면 엄청난 수사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 시대의 과제이자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 일반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법 강행이 실체적·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의 권한남용을 방지해 국민이 억울한 일을 없게 하려 입법을 논의 중"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이 박탈하려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현재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과연 '민생' 수사 분야인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이후 6대 범죄를 어느 기관이 전담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검수완박 당론 채택과 함께 오히려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 문재인 정부가 연관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과 관련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두려워 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대선 당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22일 서울 송파 유세에서 “제가 이번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는 이 후보 본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와 검찰 세력’에 대한 우려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목이 집중됐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22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홍근 의원(3선·서울 중랑을)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인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는 것"이 원내대표의 필수 책무라고 밝혀 합리적 의심 확산에 불을 지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검사에게 영장 청구권을 부여한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헌법 파괴행위"라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고, 김오수 검찰총장도 "헌법 위반"이라며 국회 설득이나 헌법소원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권지웅 비대위원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회가 달라졌고 절실한 문제가 달라졌다. 시대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며 "다시 검찰개혁을 1순위로 내세우는 민주당의 모습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저는 두렵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검수완박 당론 존중을 전제하면서도 "다만 원내에서 검찰개혁을 보다 신중하게 추진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을 함께 추진할 것을 요청한다"고 언급해 검수완박 당론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구심이 들게한다.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정의당의 검수완박 비판과 관련 민주당의 이른바 '기승전 검수완박'이 각주구검(刻舟求劍)식 패착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