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새우깡 등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반세기 넘게 국민 입맛을 책임지고 있는 농심이 내년 60주년을 맞는다. 1965년 설립 이후 올해 59돌을 맞은 농심의 발자취와 창업주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롯데공업에서 농심까지…도전의 역사와 '희로애락'
(中) '작명왕' 신춘호 회장, 제품 성공의 비결은 '차별화'
(下) "이제는 해외로"…글로벌 식문화 창조기업으로 '도약'
【 청년일보 】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 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자는 것"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1990년대 해외 수출 본격화에 앞서 이렇게 다짐했다. 농심이 라면을 처음 수출한 것은 창업 6년만인 1971년부터다.
회사는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 농심이 만든 라면을 공급하고 있다. 유럽의 최고봉에서 남미의 최남단까지다.
이후 최근 전세계적으로 K-라면이 인기를 끌며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농심 역시 글로벌 K-라면 인기 효과를 톡톡히 보며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신춘호 회장의 선견지명이 통한 것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식품 및 K-푸드플러스(전후방산업) 수출액은 62억1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 중 농식품 수출액은 47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품목별로는 라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5억9천만달러(약 8천억원)로 나타났다. 매달 1억달러 가량이 수출된 셈이다.
특히 국내 라면의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은 지난달 말 누적 수출액이 1억달러를 각각 넘어섰다. 아울러 유럽 수출액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상반기 기준 최초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
실제로 농심의 올해 1분기 매출액 8천725억원 중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3천29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다.
같은 기간 해외 수출액도 8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1%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p) 오른 9.4%였다.
특히 회사의 전체 해외 매출(총 매출액 기준)은 2020년 10억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13억10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 중 신라면은 최근 5년 동안(2019~2023년) 해외시장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며 연 평균 두 자릿수(12%)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국내와 해외 매출을 비교하면 이미 2021년에 해외가 국내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신라면 매출 비중의 경우 국내는 41%, 해외는 59%를 차지했다.
◆ 수출 확대 총력…해외수요 대응 위해 미국 2공장 증설
이에 농심은 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은 K라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이르면 올해 신규 공장 지역을 선정하는 등 세부계획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수출물류 효율성을 고려해 평택과 부산 등 기존 공장 부지를 포함해 다양한 후보지를 살피며, 수출 전용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2022년 5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올해 2주년을 맞이한 농심 미국 제2공장은 오는 10월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 가동을 시작한다.
신규라인은 기존 원형 용기면인 큰사발면, 사발면과 함께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인 사각용기면도 생산이 가능하다.
라인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8억5천만식에서 10억1천만식으로 약 20% 증가하게 된다.
이번 라인 증설은 현지 용기면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실제 농심 미국법인 용기면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6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이번 증설을 통해 신라면, 육개장사발 등 기존 브랜드 공급 확대는 물론,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볶음타입 제품 영역을 확대하는 등 시장 입지를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용기면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번 용기면 신규라인 증설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또 한번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랑스 거점으로 EU 공략 강화…유럽 판매법인 설립 추진
농심은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달부터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 공급물량을 대폭 늘려 공식 입점했다.
농심은 이를 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서남부 전역을 함께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 역시 현지 유력 거래선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2025년 초 유럽에 판매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이 입점한 르끌레르와 까르푸는 프랑스 유통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통의 강자다. 회사는 프랑스내 유통망 강화를 시작으로 현지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여름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맞이해 프랑스 현지 엑스포 및 축제에 참여하고,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6월 22일부터 2일간 열린 'K-Street Festival'에서 단독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프랑스 현지인을 대상으로 제품 소개와 샘플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7월 말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시즌을 맞아 까르푸 매장에서 신라면을 테마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농심 팝업스토어는 파리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맞아 경기장, 에펠탑 등 주요 거점에 위치한 까르푸 5개 매장에서 29일부터 오는 8월 12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농심 팝업스토어에서는 최근 K컬처 영향으로 유럽 현지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즉석조리 '한강라면' 시식행사를 진행한다. 또한 신라면 등 주요 제품 판매 및 쿠폰 이벤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에는 독일 Lidl(리들), 덴마크 Salling group(샐링 그룹)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 신라면 등 주요제품 입점을 확대하고, 프랑스 까르푸 본사 임직원 약 4천여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K한강라면'을 테마로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주요 제품 시식행사를 개최해 까르푸가 진출해 있는 동·남유럽 6개국 시장진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남·북유럽을 포함, 본격적으로 유럽시장 전역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충분한 글로벌 생산능력을 함께 갖춰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다양한 농심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