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를 선정한 가운데, 한양증권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고용보장에 대한 대책 없는 매각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한양학원과 KCGI 사이에 '파킹 딜' 의혹이 있고, 최근 KCGI의 인수 불발 등 문제를 제기하며 인수금액 조달에 있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2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 산하 한양증권 노조는 이날 오후 여의도 소재 한양증권 본사 앞에서 '한양증권 고용보장 없는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한양증권 매각 추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파킹 딜'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파킹딜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이다.
한양증권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KCGI에 한양학원 대주주의 아들이 취업을 한 사실이 있고, KCGI 대표이사인 강성부 회장이 한양대학교 우대교수를 역임한 사실 등이 석연치 않다"라며 "매각 과정에서 '파킹 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한양증권 주식 가치가 600억원에 불과한데 2천449억원을 매매 대금으로 제시했다"라며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30% 정도 반영됨에도 불구하고 3~4배 이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매각을 보면 파킹딜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최근 KCGI의 인수 불발 등 문제를 제기하며 2천448억원 규모의 인수금액 조달에 있어 의구심을 표했다.
노조는 "최근 KCGI는 원스토어, 코스닥 상장사 넥스틴의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인수 불발에 그친 적 있다"라며 "원스토어, 넥스틴 등의 인수금액은 1천억원 수준임에도 인수하지 못했는데, 한양증권 인수가액인 2천448억원 규모의 인수금액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무리한 자금조달로 한양증권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재무적 투자를 받는 경우 자본회수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며 한양증권이 보유한 부동산의 매각 등에 따라 한양증권의 경영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노조는 고용보장 없는 매각에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노조는 "통상 사모펀드가 금융회사를 인수하면 몇년 안에 재매각을 통해 매각차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인력구조조정과 고율배당 등을 통해 한양증권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CGI의 경영부실에 따라 인적구조조정으로 귀결된다면 한양증권 노동자들의 고용은 풍전등화와 다름없다"라면서 고용보장없는 매각에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광주 한양증권 지부장은 "강성부펀드(KCGI)가 한 번도 노조와 경영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 것인지 고용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 한마디 없이 실사가 진행중"이라며 "정확한 한양증권 인수 배경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영을 할 것인지 전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 고용 담보에 대한 안전장치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양증권은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를 선정하고 자사 지분 29.6%를 2천448억여원에 넘기는 안을 협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3일 KCGI, LF그룹, 케이엘앤파트너스, HXD화성개발 컨소시엄, 케이프증권 등 5곳이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LOI)를 제출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KCGI가 앞으로 5주 동안 독점 협상권을 갖게 돼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매각 이유에 대해 "대학의 경우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의료원 또한 기존 병원 시설 노후와 열악한 의료 여건으로 최근 수년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 설상가상 전공의 파업까지 겹쳐 의료원 재정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양증권 주식 처분을 통해 법인 운영비와 각급 학교 전출금, 의료원 지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