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애널리스트 수가 5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남부럽지 않은 고액 연봉을 자랑하며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옛 명성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애널리스트 인력 감소는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의존성과 신뢰도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튜브 등 다양한 투자정보 공유채널의 등장과 '매수' 위주의 리포트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도입된 AI리포트도 향후 애널리스트의 입지를 더욱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국내 애널리스트는 1천8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1천575명이었던 것에 비해 487명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17년 1천명대로 감소한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양증권(3명), 토스증권(3명) 등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아예 없거나 5명 이하인 곳도 많았다.
2010년 9월 코스피가 1,780대 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15년 간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보편화가 애널리스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년간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을 통해 기업과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주식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즉,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증권사 리포트 외에도 주식이나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크게 증가한 것이 결국 애널리스트의 입지 축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증권사 리포트가 '매수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신뢰도가 추락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날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권사 리포트를 제공하는 증권사 48곳 중 '매도 의견' 리포트 비중이 0%대인 증권사는 총 31곳에 달했다.
국내 증권사 중 신영증권(1.4%)을 제외하고는 모두 0%대에 그쳤다. BNK증권이 0.8% 유진투자증권과 IM증권이 0.6%, 하나증권이 0.5%로 집계됐으며 나머지는 0.0%대로 사실상 매도 리포트가 없는 수준이다.
이에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AI리포트를 도입해 애널리스트의 빈 자리를 채워가는 모습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리포트 작성용 AI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챗GPT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리포트 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2020년 7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AI 리포트를 냈다. 지난달까지 AI리포트가 다룬 종목은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모두 2천886개(상장지수펀드 포함)에 달하며, 특히 그간 국내 증권사가 한 번도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았던 612개 기업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4월부터 투자종목의 실적분석을 주로 다룬 AI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AI리포트의 내용이나 수준은 기존의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I로 리포트를 작성하면 기존의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