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유니온이 11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출범 1주년을 맞아 거리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 김민환 아모레유니온 지회장을 비롯해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네이버지회장), 박지철 엘지생활건강사무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본래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불참했다.
이날 개회 발언에서 박영준 지부장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을 지칭하며 "여기 있는 노동자들이 없었더라면 이런 무시무시한 건물도 없었을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은 나날이 번창해가고 있음에도 노동자들을 핍박하고 삶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모레유니온이 설립된지 1년이 지났지만 조합 사무실 하나 없어서 이렇게 길거리에서 1주년 기념행사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아모레퍼시픽이 과연 노동자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하나의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박 의원은(안태용 아모레유니온 수석 대독) "회사로부터 최소한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는 환경조차 없이 1년 동안 힙겹게 투쟁해 오셨다고 알고 있다"라며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상시적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사무실 한 칸도 없이 투쟁해 온 아모레유니온에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경영자의 결정 전반은 노동자 가족의 생활비를 결정하는 급여부터 일과 삶의 균형,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보호조치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그런 만큼 노동자의 의견이 경영 실무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은 노사 협치와 노동자의 노동 여건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처벌을 위해 힘을 합쳤던 것처럼 앞으로도 조합원들의 단결과 연대라면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저 또한 언제나 한 명의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음 순서로 발언에 나선 김 지회장은 "지난해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과 인사 조치에 맞서기 위해 아모레유니온의 깃발을 힘차게 올렸다"라며 "우리는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며 고통을 호소했던 동료들과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떠나야 했던 동료들을 위해 단결했다"라고 소회했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직무 배치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회사의 일방적인 행위에 맞서 우리는 더 공정하고 개선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당당히 높였다"라고 피력했다.
김 지회장은 "아모레유니온의 존재는 기존 노조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회사 내 조직에도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라며 "막말, 괴롭힘, 성희롱과 같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행위들에 맞서 고용노동부에 이를 고발하고, 언론에 실상을 알리며 공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라며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분명히 하는 강한 노동조합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아모레유니온은 이 자리에서 회사 측에 교섭단체 지위를 요구하는 한편, 직장 내 장기근속자에 대한 부당한 정리 해고, 의도적인 원거리 직무 배정 등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모레유니온은 작년 9월 11일 아모레퍼시픽 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하며 처음 출범한 사무직 중심의 노조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내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의 노조가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구성원의 90% 이상이 현장 판매직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오늘 열린 기념식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늘 아모레유니온이 설립 1주년을 맞아 기념 집회 및 노조가입을 독려하는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아모레퍼시픽은 복수의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상호 발전적인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