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된 가운데,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며 회의가 파행을 겪고 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개의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3시가 넘도록 본격적인 안건 논의가 시작되지 못했다. 고려아연 측은 중복 위임장을 문제 삼으며 개의를 지연시켰고, 영풍·MBK 측은 출석 주식 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직전 일부 주주가 양측에 중복 위임장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이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회의 개시 시간은 정오에서 오후 1시로, 다시 오후 1시 53분으로 계속 늦춰졌다. 그러나 출석 주식 수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고, 회의는 사실상 진전 없이 정체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측근인 박기덕 이사회 의장은 주총 개의를 선언한 뒤 "출석 주식 수를 확인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회의를 미뤘다.
이에 대해 MBK 김광일 부회장은 "중복 위임장 문제를 핑계 삼아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란이 되는 4천750주의 중복 위임장 이외의 출석 주식 수는 이미 확인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 측이 시간을 끄는 이유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대기업들의 주총 불참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K 관계자는 "중복 위임장이 이미 검토된 상황에서도 출석 주식 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특정 우호 주주들의 불참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을 두고 고려아연 측이 의도적으로 주총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의심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날 고려아연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든 것도 논란을 더했다.
영풍 측 변호사는 "전자투표가 이미 마감된 상황에서 의결권 제한을 논의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임시주총 연기를 촉구했다.
박기덕 의장은 주총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뭔가 있어서 일부러 지연한 건 아니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