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 노동자와 배송 차량. [사진=쿠팡]](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3/art_17550619272504_e1e4d1.png)
【 청년일보 】 쿠팡이 14일 '택배 없는 날'을 맞아 택배 노동자의 휴식권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 구축한 주5일 배송시스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택배노조의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정된 '택배 없는 날'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을 보장하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적잖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쿠팡은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불편은 최소화한 주5일 배송시스템을 구축, 가동해오고 있다.
14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택배 없는 날'에도 기존과 다름 없이 로켓배송 등 자사의 배송시스템을 통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 없는 날은 단 하루이긴 하나 쿠팡이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거부터 상당한 비용을 들여 마련한 배송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며 "경쟁 택배업체의 경우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구현할 수 없는 근무 체계"라고 설명했다.
'택배 없는 날'은 지난 2020년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도입됐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폭증한 택배 물량으로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택배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실질적으로 휴가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연중 하루만라도 의무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택배 없는 날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국내 주요 택배업체들이 참여, 쉬고 있다. 반면 쿠팡은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된 이래 단 한차례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가 배송 노동자들의 '쉴 권리' 보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CLS는 지난해 기준 택배 업계 1위사로, 시장 점유율 37%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및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쿠팡본부 등은 쿠팡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하루라도 더 쉬어야 덜 죽고 덜 다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우리 사회가 화답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택배 없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은 자유로운 휴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한여름에 자유롭게 휴가를 가는 쿠팡 택배 노동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반면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을 일축하는 지적도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모든 택배사가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게 되면 중소상공인들은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택배 없는 날 모든 배송업체들을 강제적으로 쉬게하면 개인사업자인 '퀵플렉서'들의 경우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택배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쿠팡 직고용 정규직 배송기사 단체인 쿠팡친구노조의 한 관계자는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되면서 업무가 쿠팡친구들에게 전가된다면 과연 택배 없는 날이 맞냐"면서 "쿠친들에게 업무 부담으로 돌아오는 택배 없는 날 시행을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택배 없는 날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쿠팡 CLS의 배송 시스템이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쿠팡 CLS가 운영 중인 주 5일제 배송시스템은 택배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휴무일로 인한 입점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CLS는 위탁배송업체가 계약 단계부터 대체(백업) 기사를 확보해야 위탁이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즉, 특정 택배 노동자가 휴무에 돌입할 경우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인력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 따르면, CLS는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의 주 5일 이하로 배송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62%로 타사(1~5%)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쿠팡 CLS에 따르면, 매일 전체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 중 휴무를 취하는 기사 비율은 30% 이상에 달하고, 그 수는 약 6천명에 달한다.
특히 일각에서는 쿠팡의 배송시스템은 위탁배송기사들의 충분한 휴무를 취하며 실질적인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것으로, 국내 업체 중 유일하다는게 중론이다. 즉 백업기사 시스템을 도입해 위탁 배송기사들이 주 5일 이하 배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반면 주 6일 배송 구조가 고착화 된 여타 경쟁사들은 평소에 백업기사를 확보해 두지 않고 결원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을 동원해 부족한 인력을 대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한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특정 배송 구역에 3~4명 정도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반면, 쿠팡 CLS는 이에 두 배가량에 해당하는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 휴일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CLS의 배송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않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택배업계에서 배송기사의 휴식권은 구조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쿠팡은 위탁 단계에서부터 백업기사를 확보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이는 단순한 업무환경 개선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물류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쿠팡 CLS의 배송 시스템이 택배 노동자의 실질 임금에 주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에 정통한 한 교수는 "특정 배송 구역에 많은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각 노동자가 수행하는 노동 강도를 완화하고, 휴일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정된 업무량을 다수의 노동자들이 분담했을 때 이들에게 돌아가는 최종적 급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 공개도 함께 병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업무 특성상 정기적인 휴일을 보장받기 어려운 택배 노동자에 이러한 근무 여건을 제공하기 위한 업체의 노력을 평가 절하하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노동권 향상과 함께 택배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임금과 처우까지 기존과 동등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 CLS가 국내 택배산업의 패러다임을 더욱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도 "업계 최초로 주 5일 휴일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것은 CLS가 업계 1위 업체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유지하되, 여전히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청취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 역시 업무 특성상 정기적인 휴일 보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보장하고자 시스템을 구축한 CLS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평가하고, 보다 열린 자세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