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군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6769599505_a23555.gif)
【 청년일보 】 "성인이 330년간 하루 10병씩 마실 수 있는 규모."
지난 23일 기자가 찾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강원 홍천군 도둔산 자락 아래, 홍천강을 끼고 자리잡고 있었다.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니라 국내 맥주산업의 대표적인 중심지로 평가받는 공간이다.
1997년 준공된 강원공장은 연간 50만㎘(킬로리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맥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푸른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광이 펼쳐졌고, 내부에는 첨단 설비들이 쉴 새 없이 가동하고 있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중앙통제실(Main Control Room).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6769607597_c1b90e.jpg)
공장은 전 공정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제어하며, 중앙통제실(Main Control Room)에서 생산 과정을 일괄 관리한다. 특히 국내 최초로 열 재생시스템(E.R.S)을 도입해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재사용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맥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도 자세히 소개됐다. 맥주는 싹을 틔운 보리를 물과 함께 가열한 뒤, 홉과 효모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도수 4~6%의 탄산 주류다. 이를 만드는 핵심 요소는 물, 보리, 홉, 효모 네 가지다.
먼저 주원료인 보리는 거대한 사일로에서 싹을 틔운 뒤 건조 과정을 거쳐 맥아로 변한다. 이를 분쇄해 따뜻한 물을 넣고 가열하면 단맛이 우러난 '맥즙'이 완성된다. 이어 쓴맛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하는 '자비' 과정을 거친 후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만들어진다.
발효가 끝난 뒤 저장 과정은 나라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유럽은 저장 기간이 평균 4일로 짧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소 20일 이상 발효, 저장을 거친다.
![맥주가 저장된 탱크.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6769634907_580405.jpg)
강원공장에는 총 108개의 저장 탱크가 있으며, 탱크 한 대당 60만리터를 담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성인이 하루에 500ml 맥주 10병씩 마신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330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 속에서 효모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됐다.
김태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품질관리팀장은 "소주와 달리 맥주는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술이기 때문에 효모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떤 효모를 선택하고 어떻게 발효시키느냐가 맥주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발효와 저장을 마친 맥주는 곧바로 포장 공정으로 넘어간다. 첫 단계는 병 세척이다. '세병기'라 불리는 기계는 시간당 최대 6만9천개의 병을 세척하며, 보통 5~7번 재사용되는 병들이 이곳을 거쳐 완벽히 살균, 처리된다.
각지에서 회수된 병들은 자동화 설비를 따라 이동하며 1분에 1천병씩 선별기를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접촉으로 표면이 하얗게 변한 병(스커핑)이나 형태가 변형된 병들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가 감지해 걸러낸다. 합격 판정을 받은 병들은 35분간 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친 뒤, 외부와 차단된 맥주 주입 공정으로 이동한다.
![포장이 완료된 하이트진로 테라. [사진=하이트진로]](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6771300232_093b6a.jpg)
이후 충전된 맥주는 곧바로 포장 라인으로 옮겨진다. 완성된 맥주는 병, 캔, 페트병, 업소용 생맥주 용기 등으로 포장돼 전국으로 공급된다. 업소용은 피박스에, 대형마트 납품용은 종이상자에 담겨 출하된다.
공정이 촘촘히 이어지는 가운데, 강원공장 품질관리팀은 맥주 생산의 전반을 점검하는 핵심 부서로 자리하고 있다.
김 팀장은 "품질관리팀의 첫 번째 임무는 생산 초기 주류를 직접 시음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현재 가동 중인 모든 라인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매일 빠짐없이 시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공장은 단순히 생산 기지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했다. 1998년 개관한 견학관 '하이트피아(HITEPIA)'는 코로나19 이전까지 매년 약 2만명이 찾는 명소다. 지난해 8월 리뉴얼 이후 '하이트진로 PARK'로 새롭게 문을 열며 체험형 콘텐츠를 더욱 강화했다.
![하이트피아 '360 라이브 저장고 미디어아트 체험관'. [사진=하이트진로]](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6769604407_036689.gif)
공장 견학 코스는 홍보 영상을 시작으로 맥주 제조 공정, 역사관과 홍보관을 둘러보는 순서로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홍천강을 배경으로 갓 생산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360도 몰입형 공간인 '360 라이브 저장고 미디어아트 체험관'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6분 남짓 상영되는 영상은 마치 맥주 저장소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전했다. 굿즈샵과 포토부스, 아트 전시까지 더해져 하나의 체험형 관광지로 진화한 모습이었다.
이화정 생산관리팀장은 "해외 방문객도 종종 찾아오는데, 이는 저희가 별도로 코스를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고 들어오는 경우"라며 "일반인도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공장을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오랜 양조 노하우에 최첨단 설비와 친환경 경영을 더해 세계적 수준의 양조 거점으로 성장했다. 향후에는 체험 공간과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 맥주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